뻔뻔한 발뺌 시민들 분통 - 한보청문회 각계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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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보사건 국회 청문회가 시작된 7일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많은 시민들은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핵심부분에 대해선“모르겠다”“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하자“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한때 본사 편집국엔“鄭씨 태도가 너무도 당당하다.분통이 터져 못듣겠으니 청문회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독자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사무실 TV앞에 모여앉아 일손을 놓은채 鄭씨의 '폭탄 발언'을 기대했으나 돈 준 정치인 명단 공개조차 거부하자 “鄭씨가 너무 뻔뻔스럽다.지금이라도 국민들 앞에 진상을 밝히고 사죄를 구해야 한다”고 실망스런 표정이었다.

또 학생회관.식당등에 모여 청문회를 지켜보던 대학생들은 일부 의원들이 초점을 흐리는 발언을 한다며 실망하기도 했다.

박인제(朴仁濟)변호사는“검찰 수사중인 사건이라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질문들에 대해 '모른다'며 답변을 회피한다면 더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언론에 보도된 금품수수 의원들의 명단이라도 명확하게 답변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고 말했다.

고려대 강만길(姜萬吉.한국사)교수는“청산되지 않는 역사의 재판(再版)을 보는 것같다.청문회가 진실을 밝히는데 실패한다면 특검제를 도입해서라도 정경유착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LG그룹 직원 김태욱(金泰旭.28.서울서초구방배동)씨는“아침부터 청문회를 보느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는데'모른다'고만 하는 정태수씨 태도에 분통이 터졌다.여야 의원들도 자기들끼리 다투지 말고 민심을 정확히 읽고 깃털이 아닌 몸통을

밝혀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B고 교사 최계록(崔溪綠.30)씨는“한보비리는 정.관.재계가 얽힌 건국 이래 최대의 부정부패사건인데도 아직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학생들에게 정직과 정의가 바로서는 것을 가르칠 수 있도록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승보(金承保.35)실장은“의원들은 민심을 바로 읽고 한보의혹을 명확히 풀어야 한다.이번에도 진실이 가려진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D산업 이사 박현호(朴鉉浩.33)씨는“청문회를 통해 한보사태의 진실을 샅샅이 밝혀내'정태수 리스트'등이 뒤늦게 터져나와 더이상 국민경제에 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체를 경영하는

조영환(趙永煥.46.서울종로구평창동)씨는“잘못에 대해 뉘우치는 기미없이 마치 자신이 정당한 일을 한 것처럼 합리화시키는 鄭씨의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여야 의원들도 좀더 치밀한 준비를 한후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장동환 기자〉

<사진설명>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국회 청문회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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