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첫날 정태수씨 증언 4大초점 - 한보 특혜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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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태수(鄭泰守)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5조원에 이르는 한보철강 특혜대출의 진상과 관련해 특별히 새로운 진술은 하지 않았다.

鄭씨는 줄곧 은행의 대출집행 과정은 정당했으며 오히려 시설투자과정에 있는 한보를 부도낸 것은 '젖먹이에게 주던 젖을 갑자기 뗀 것'같은 잘못된 행위임을 계속 강변했다.

鄭씨는 전적으로 홍인길(洪仁吉)의원에게만 의존해 청탁했음을 시종일관 강조했고 그나마 안되는 대출을 일으켜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적기에 공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질문은 한보에 대한 산업은행의 초기 대출과정에 쏠렸다.

특위위원들은“통상 3~4개월 걸리는 산은의 외화대출 승인이 한보에 대해선 사업성.기술검토도 없이 신청 10여일만에 서둘러 이뤄진 것은 특혜가 아닌가”하고 따졌다.특히 한보는 대선 직후인 92년 12월19일 1천9백만달러 대출을 신

청했고 이때 서울은행에서도 대출을 받도록 돼 있다는 내용의 거짓 각서를 산업은행에 제출,대출승인을 받았었다고 김민석(金民錫)의원은 추궁했다.

鄭씨는“외화대출은 공장부지를 가진 기업에 한했는데 한보는 1백만평 당진 매립지를 갖고 있으니 적법했다”면서 대출이 서둘러 집행된 사실에 대해선“은행쪽 사정이라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5조원 자금을 대출해준 것은“기업주인 나와 한보의 사업성,그리고 담보등 세가지를 보고 괜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심지어“은행이 어떤 곳인가.의원님이 대출을 요청하면 10억원도 안줄 것”이라고 받아쳤다.

鄭씨는 또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을 두차례 만난 적은 있으나 대출 청탁을 한 사람은 洪의원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출금 유용 문제도 의원들의 집중공략 대상이었다.

한보철강 관리인단의 실사결과 실제 투자액이 장부상 투자액보다 1조5천억원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鄭씨의 비자금 유용 때문 아니냐는 것.

鄭씨는“1조5천억원 차액은 5조원 대출금의 이자(연 12~13%로 계산)일뿐”이라고 우겼다.

이상수(李相洙.국민회의)의원이“조사결과 대출금 평균 금리는 연 6.4%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자“그러면 누구나 사업해 성공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鄭씨는 특혜대출 부분은 철저히 부인한 반면 부도 처리과정에 대해선 격앙된 어조로 피해의식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산은에서 1~3월중 매달 1천억원씩 3천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으나 갑자기 지원을 중단해 부도가 났다는 것.

특히 부도 당일인 1월23일 임창열(林昌烈)재경원차관이 부도처리 방침을 통보해오자“시설투자중인 기업에 지원을 중단하면 생사람 이빨을 뽑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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