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중학교 진학’ 엄마들이 더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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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음악 수업 시간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게 되나요.”

올해 열 살 난 딸이 있는 에이미 마르골리스(여)는 최근 뉴욕 첼시 지역의 클린턴 중학교에서 열린 입학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학교의 음악 교육 과정에 대해 꼼꼼히 물어봤다. 딸이 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골리스는 이달 들어 이 학교를 포함해 뉴욕의 11개 중학교를 돌아다녔다. 그의 한쪽 손에는 입학설명서 자료들이 한 묶음이나 들려 있었다.

뉴욕시 공립학교 입학신청이 내년 초에 마감되면서 학부모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뉴욕의 공교육 개혁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취임하던 2002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성적이 시원찮은 대형 학교들은 폐쇄하고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공교육에 경쟁을 도입했다. 2년 전부터는 지역 평준화 제도를 보완해 일부 중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하도록 허용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뉴욕시의 공교육 개혁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본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가 32개 학군 중 10개 학군 중학교에 학생선발권을 준 후 초등학생들은 더 좋은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졸업시험 점수와 출석 점수, 교사추천서 등을 내야 하고 면접을 보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경제난으로 사립학교에 보내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학부모들이 사립학교 못지않게 좋은 공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한층 더 경쟁을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의 많은 학부모는 중학교가 자녀의 교육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에는 교사의 능력에 따라 자녀들의 학습능력이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에 중학교를 잘못 선택하면 고교와 대학 진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판단에서다. 학부모인 애그니 조티스(여)는 “중학교 과정은 방향을 잘못 잡으면 길을 잃어버릴 수 있는 민감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의 중학교 시찰 행사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립학교 입학신청 마감날짜가 다가오면서 맨해튼 동부 지역의 여러 학교에는 이미 2000여 명의 학부모가 다녀갔다. 학부모들은 유급생이 많지는 않은지, 화장실은 깨끗한지, 식단이 자녀들에게 알맞은지 등을 세밀히 둘러봤다.

일부 학부모는 이에 대해 “10세 자녀들을 입학 경쟁에 몰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비판한다. 디드러 페릴은 “딸이 벌써 자신의 장단점은 뭔가. 내가 입학하기에 충분한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입학 제도가 딸의 고민거리만 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학관계자들은 “면접은 생각보다 혹독하지 않고, 학부모들도 나중에 우리에게 고마워할 것”이라 고 주장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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