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장 떠나는 안대희 "국민의 지지가 큰 힘이 됐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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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출근한 안대희 중수부장은 분주했다.

여느 때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색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9개월간 동고동락했던 불법대선자금 수사팀 방을 일일이 찾았다.

1일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해 부산행 비행기에 오르는 안 중수부장은 이날 "10년과도 같았던 중수부에서의 1년3개월이 마무리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안 중수부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단초를 마련한 시기"라고 평가받는 재임 기간을 "역사의 흐름에 맡긴 시기"였다고 자평했다.

"검사로서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옷 벗을 각오까지 하면서 시작했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이 수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검찰의 독자성과 수사 독립의 초석을 다진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대로 불편부당하게,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게 수사의 독립성이고 검찰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대선자금 수사 기간 중 그가 믿고 의지했던 것은 '국민의 지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 검사로서 마지막 생활을 사실상 정리하는 그에게 서운함도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작심하고 수사를 했지만 비자금 조성 같은 기업의 고질적 비리나 정경유착의 고리가 아직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후배 검사들에게 뼈있는 당부를 남겼다. "우리가 시작했고 앞으로 후배 검사들이 계속 그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 이런 게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 아닌가."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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