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남자친구 있다" 사연 많은 탤런트 유혜리의 당당한 사랑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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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최근 탤런트 유혜리가 고혹적인 섹시미를 벗고‘못된엄마’로 변신해 화제다. 드라마‘흔들리지마’와‘너는 내 운명’에서 표독스러운 악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것. 파격과 도전을 즐기는 그녀의 프라이빗 라이프 스토리.

취재_민은실 기자 사진_조병각(studio lamp)
촬영협조_The Bin Bistro

요즘 탤런트 유혜리(44)에게는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MBC TV 아침 드라마‘흔들리지마’와 KBS1 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두 작품에 동시 출연하며 못된 엄마를 연기하고 있는 것. 그녀는‘흔들리지마’에서는 버린 자식(홍은희)를 되찾아 주변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친엄마로 분했다.

“식당에 가면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주인공을 못살게 구느냐고 눈을 흘기기도 하셔요. 실제로는 안 그런데….(웃음) 제 외모가 차갑고 사나워 보여 그런 역할 제의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캐스팅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누가 저를 캐스팅하자고 했어요?’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대부분 영화‘우묵배미의 사랑’에서 억척스러운 연기를 했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묵배미의 사랑’(1990)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술집 작부로 일하는 무식한 여자(공례)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이야기다

. 그녀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우악스러운 공례 역할이 힘들기도 했지만, 연기 변신을 위한 발판이라 생각하고 덤벼들었다. 영화‘파리애마’(1988)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녀를‘섹시이미지 배우’로 한정짓는게 싫었던 때다.

“사실 ‘파리애마’촬영 때만 해도 연기자의 꿈이 없을 때였어요. 영화감독이 찾아와 파리에도 보내 주고 돈도 많이 준다 하고 옷도 다 해 준다고 하니까 스스럼없이 하겠다 한 거죠. 영화 개봉하고 나서 에로 영화 시나리오만 28개를 받았어요. 연기가 아닌 이미지로만 평가하는 게 싫어서 망가져 보자고 작정한 거예요.”

‘섹시’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이 싫듯,‘ 악역’이라는 틀 안에 한정 짓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더구나 40대 중반인 그녀는 예쁜 미시 역이나 관록 있는 엄마 역을 하기엔 어중간한 나이대라 고정된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것도 같은데….

“30대 중반에서 40대가 애매한 나이 대이기는 해요. 그 나이 대 여배우들이 공백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가 크고요. 섹시한 이미지는 나이 들면서 퇴색되어 가는 거지만 악역은 내면 연기를 하는 거라 부담스럽지 않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때는 착한 엄마 연기를 하게 되겠죠. 연기자가 그 나이 대에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지, 보톡스 맞아서 주름 당기고 아가씨 역할 하면 뭐해요. 아줌마 배우가 돼야 마요네즈나 식용유 CF도 찍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하하!”

자신의 나이보다 열 살 많은 못된 엄마 역할을 맡아 제대로 망가지고 있는 요즘, 그녀에게 건강 유지의 비결을 물었다. “영양제란 영양제는 다 챙겨 먹어요. 늙었다니까. 호호호.”

임종 후 꿈속에 방망이 들고 나타난 아버지
열 살 아래 여동생과 연기자의 길 동행 중

경찰 공무원이던 그녀의 아버지는 5남매 중 유독 그녀를 아꼈다. 학창 시절부터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딸이 걱정돼 사사건건 감시하고 통제하던 아버지는 수줍음 많은 딸이 연예계에 데뷔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대학 다닐 때 아는 언니가 한남동에 살았는데 그쪽에 모델 학원이 있었어요. 언니가 학원에 볼일이 있다 해서 따라갔다가 CF에 캐스팅이 됐어요. 그때가 1984년 이었죠. 한 달에 3~4편씩 찍었는데, 나중에 들통이 나서 한동안 집 안에 갇혀 지내기도 했어요.”

본명이‘최수연’인 그녀는 아버지 몰래 모델 활동을 하느라 가명(유혜리)을 지었다. 모델일을 마뜩찮게 여기던 아버지는 노출 신이 많은 영화‘파리애마’를 보고 충격을 받으셨다. 집 안에서 재떨이가 날아다닐 정도로 심각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그녀가 돈과 인기에 연연해하는 배우가 되지 않겠다며 스크린을 떠나 대학로 연극 무대에 뛰어들자 결국 딸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 후 아버지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셨다. 그랬던 아버지가 일년 전, 폐암을 진단받은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작년에‘아줌마가 간다’드라마 촬영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임종도 지키지 못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 통화도 제대로 못했어요. 그동안 아버지가 저한테 해주신 걸 생각하면 죄송할 따름이죠.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실감 나지 않아 눈물이 안 나오더라고요. 너무너무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그녀는 장례식장에서 몇 시간 동안 멍하니 웃고 계신 아버지의 영정 사진만 바라봤다. 통곡하는 가족들 틈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던 그녀는 발인을 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꺽꺽 대며 울었다. 매일 아침.점심.저녁마다 알람 맞춰 놓은 것처럼 반가운 목소리로 거시던 아버지의 전화가 더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 때문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도 아버지에게 무심했던 것 같아 내내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양복을 입고 계신 아버지를 뵈었어요. 건강해 보이고 편안해 보여서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아버지한테 안기려고 다가갔는데 글쎄, 아버지가 큰 방망이로 머리를 쾅 때리시더라고요.(웃음) 제가 괘씸했나 봐요. 이상하게 그 이후로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녀는 엉뚱한 꿈 해석으로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에 묻어 두었다. 아버지의 빈자리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은 막내 여동생. 속 깊은 여동생은 혼자 사는 언니의 건강을 챙기느라 반찬을 싸다 날랐고, 우렁이 각시 노릇도 자주 했다. 매일 아버지가 걸던 안부 전화를 동생이 대신 해주었다. 그녀의 열 살 터울 여동생 최수린 역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SBS MC 공채 1기로 방송 활동을 시작해 드라마‘불꽃’ ‘위험한 사랑’‘강남엄마 따라잡기’등의 드라마에 출연해 왔다. 지난 2001년 SBS TV 아침드라마‘이별 없는 아침’에서 선배 연기자 송채환과 연기 대결을 펼쳐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제가‘파리애마’로 데뷔한 후 한창 활동할 때 수린이를 촬영장에 종종 데리고 다녔어요. 그때 수린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호기심이 많을 때여서 그랬는지 굉장히 재미있어했어요. 아무래도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싶었나 봐요.”

언니가 보던 대본을 읽으며 몰래 연습을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워 오던 동생. 혹시라도 언니에게 부담이 될까 봐 동생은 드라마.영화 오디션을 말없이 봐왔다. 그러다 작년에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열연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차근차근 연기력을 다지고 있는 동생을 위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동생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빠짐없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언니의 칭찬과 질책에 늘 귀를 기울이는 동생이 유혜리는 대견하기만 하다.

2년 사귄 남자친구 당당 고백
설레지만 조심스러운 재혼 계획

표독스러운 악역을 자주 한 까닭인지 사람들은 그녀의 실제 성격도 날카로울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녀는 싫은 소리도 못하고, 정많고 지극히 여린 천생 여자다. 연애를 할 때도 숙맥이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 1998년 동료 연기자 이근희와 이혼한 뒤 행적을 감추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그녀가 얼마전 아침방송에서“저 사귀는 사람 있어요~”라고 깜짝 발표를 했다.

“친구처럼 만나는 사람이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재혼이다 보니까 신중해지네요. 철부지 때처럼 불같이 연애하고, 급하게 결혼하고 싶지 않거든요. 소중한 이 감정도 느긋하게 즐기고, 천천히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려 하고 있어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녀는 신앙심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은 터라 배우자도 같은 신앙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배우자 기도가 1순위였던 덕인지 그녀는 종교도 같고, 무엇보다 연기자인 자신을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남자친구를 만났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느라 제대로 못 만날 때도 많고, 데이트할 때도 불편한 게 많을 텐데도 그런 불만 없이 참 잘해 줘요. 한결같은 사람이에요. 제가 연기자인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해서, 연기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사이인 것 같아요.”(웃음)

그녀는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남자친구 자랑을 늘어놓았다. 언제 갈비탕을 먹여 줄 거냐는 질문에“선선할 때 할지, 꽃이 필 때 할지 고민 중이에요”라며 알듯 말듯한 대답을 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는 했는데 아직 상견례를 한 건 아니어서 결혼식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어요. 물 흐르듯 서로에게 가장 좋을 때 결혼하고 싶어요.”

바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자주 데이트를 할 수 없는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남자친구에게 요리를 해준다. 스스로‘살림꾼’이라는 그녀는 닭 무침, 갈비찜, 아귀찜 등 요리 솜씨도 일품이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빨리 낳고 싶다는 그녀. 조심스럽게 사랑을 이어 가는 그녀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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