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구 난립 정책만 혼선 - 대책회의 구성 합의에 경제부처 屋上屋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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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제제도를 선진화하거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 아래 설립된 기구가 너무 많아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기획단''회의'라는 이름을 붙인 비슷한 성격의 기구들이 경쟁적으로 그만그만한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일관 성있는 정책추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되레 혼선을 빚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또 경제부처관리들은 이들 위원회에 참석하

느라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1일 여야 합의로 경제대책회의를 구성하기로 하자 반기는 소리보다“또다른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지금은 경제난 돌파를 위한 강력한 실천이 시급한 시점”이라며“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대책회의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경우 정책추진에 혼선이 생기면서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벤처기업 육성과 재정긴축을 통해 경제난 정면돌파를 선언한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도 그동안“시간이 촉박하니 힘을

모아 달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금융개혁위원회가 4월초 대통령에게 보고할 최종보고서를 한창 마무리하고 있던 무렵인 지난달 25일 느닷없이 총리실 산하 행정쇄신위원회가'증권산업 규제완화방안'을 발표하고 나섰다.요건만 갖추면 별도의 인가절차 없이

증권사.투신사 설립을 자유화하고 상품개발등 증권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내용.한 증권사 관계자는“연초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설립된 금융개혁위가 한창 작업중인데 비슷한 내용의 행쇄위 발표가 나오는

바람에 증권사 직원은 물론 투자자들도 헷갈렸다”며“행쇄위가 금융개혁위를 의식해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에서는 행쇄위 외에도 세계화가 한창 주창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지금도'활동중'이다.규제완화 관련기구도 곳곳에 흩어져 있다.경제행정 규제완화업무는 재경원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총괄하며,그 실무를 맡는 상시기구인

규제개혁기획단(단장 국장급)이 재경원안에 설치돼 있다.또 기업활동 관련 규제완화는 통상산업부가 맡고 있는데 규제완화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민관(民官)합동' 규제개혁추진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는 경제행정 규제개혁업무를 공정위가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기구도 청와대(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국회(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전경련등 경제 5단체(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등'있을 만한 곳'이면 대부분 설치돼 있다.그래도 경쟁력이 기대하는 만큼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지난해 10월9일 청와대 주도로'경쟁력 10% 이상 높이기'대책이 발표됐지만,그나마 두 차례 점검회의가 고작이었고 3월초 경제팀이 바뀌자 지금은 누구도 챙기지 않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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