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도 홀린 김승현 매직 패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오리온스는 살아 나오고 LG는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오리온스가 함께 3연패의 늪에 빠졌던 LG를 밟고 올라왔다. 오리온스는 23일 대구에서 벌어진 LG와의 홈경기에서 81-75로 이겼다. 오리온스는 10승(12패) 고지에 올라서 공동 6위에 자리를 잡고 한숨을 돌렸다. 잘나가던 LG는 4연패 수렁 속이다. 아직 11승11패지만 잘나가다가 7연패로 무너진 KCC의 사정이 남의 일이 아니다.

올 시즌 허리가 아파 기량이 들쑥날쑥한 오리온스의 김승현이 이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상대는 물론 때로는 동료까지도 속아 넘어가는 현란한 패스가 경기 내내 LG를 괴롭혔다. 김승현의 빠른 발에서 나오는 속공도 LG를 고통 속에 몰아 넣었다.

그러나 경기는 접전이었다. 오리온스에 김승현이라는 마법의 손은 있었지만 3점슛을 넣는 손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3쿼터까지 3점슛 9개를 던져 하나도 집어 넣지 못했다. LG의 수비가 거머리처럼 끈질기기도 했지만 노마크슛도 번번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LG는 김승현의 속공에 당하면서도 45%의 3점슛 성공률(11개 중 5개)을 앞세워 3쿼터까지 63-62로 근소한 리드를 잡았다.

4쿼터 드디어 오리온스의 3점슛이 터졌다. 4쿼터 3분쯤 김승현이 던진 3점슛이 들어가면서 오리온스는 70-66으로 앞서 갔다. 12개 시도 만에 처음 들어간 3점슛이었다. 오리온스 팬들은 이제 슛이 좀 들어가려나 기대했겠지만 여전히 림을 외면했다. 이후 오리온스가 던진 5개의 3점슛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 틈을 탄 LG는 종료 5분을 남기고 박지현의 3점슛으로 71-70으로 재역전시켰다.

74-75로 뒤지던 종료 36초 전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러 김병철에게 슛을 주문했는데 LG의 수비에 막혀 실패했다. 그 와중에 외곽에 있던 외국인 선수 크리스 다니엘스가 공을 잡았다. 평소 외곽슛을 거의 던지지 않던 센터 다니엘스는 3점슛을 던져 버렸다.

공은 림을 맞고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 같더니 예닐곱 차례 골대를 맞고 결국 들어가 버렸다. 이 3점슛이 역전 결승점이 됐다.

오리온스는 3점슛을 모두 18개 던져 2개만 들어가 성공률이 11%에 불과했으나 그 두 개 모두 중요한 순간 나왔고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승현은 17득점에 12어시스트·3리바운드·2스틸로 맹활약했다. 김병철이 16득점, 크리스 다니엘스가 17득점을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