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협홍보대책위원장 맡은 김덕록 나드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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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누구를 탓하겠습니까.다들 우리 화장품업체의 잘못이죠.화장품이 이미지 상품인데 그동안 그토록 소비자들을 외면한 가격할인 경쟁만을 벌이며 서로 제살을 깎아먹었으니….”

화장품업계가 외제품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결성한 홍보대책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은 김덕록(金德祿.59)나드리화장품 사장.평소 활발하고 유쾌한 그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외제품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그의 얼굴은 어느새 긴장감으로 굳어

진다.

“흔히 국내제품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데 소비자들이 왜 외제품을 사느냐고 탓하지만 이건 우리같은 생산자들 생각입니다.소비자들에게는 이미지라는 부분이 가격.품질보다 더 중요한데 이것을 우리는 간과했던 것이죠.”

상품의 디자인,패션및 유행감각,고급이미지,브랜드 관리등이 성패의 요소가 됐는데도 과거 배고프던 시절의 영향으로 이같은 요소를 '호화사치''쓸데 없는 낭비''위화감''과시욕구'라는 이름으로 매도해왔고 그 결과 오늘날 이미지부분에서

국가전체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산은 촌스럽다”고 할때“왜 한국사람이 우리 것을 촌스럽다고 생각하느냐”고 할 것이 아니라“어떻게 해서 소비자들이 국산을 촌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金위원장이 계획중인 대책들은 우리상품 바로 알리기 캠페인,해외 화장품전시회 참가,외제품과의 공개품질테스트,신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공동 마케팅작업등인데 이는 단기적인 방안에 불과하며 결국 기업체 각자의 피나는 노력만이 성패의

요소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이와함께 그는 현재 일부 업체들이 외제와의 경쟁보다 기존 유통망을 이용해 외제를 수입,판매하는 경향에도 경계하고 있다.

“과거 외제품이 들어올 때 일본의 화장품업체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웠고 대만의 화장품업체들은 경쟁보다 외제품을 수입하는데 더 앞장섰습니다.현재 대만은 화장품산업 자체가 완전히 전멸당했지만 일본은 살아남아 오히려 유럽의

화장품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金위원장은 최소한 홍보위원회에 참가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수입이냐,경쟁이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할 것이며 업계내부에서도'사람좋다'는 말보다'말썽쟁이'라는 말을 들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효준 기자〉

<사진설명>

장협 홍보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외제화장품에 대항하고 있는 김덕록 나드리 화장품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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