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거래 부적격자 상대 신종 할부판매 호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요즘 미국에서는 신용거래 부적격자들을 상대로 한 신종 할부판매업이 성업중이다.

은행거래 불량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됐거나 자격미달로 카드발급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일반 유통업체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장기간에 걸쳐 상품을 할부판매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에 이같은 신종 할부판매업을 하는 업체들은 줄잡아 8천여개에 이르며,이들중 전국에 걸쳐 수백개의 점포망을 운영하는 초대형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점을 둔 렌터스 초이스사.이 회사는 TV등 전자제품에서부터 인테리어제품까지 거의 모든 일상용품을 취급하고 있다.고객들에게 적용하는 이자율은 연리 20~60%까지 다양한데 가격이 비싸고 할부기간이

길수록 높아진다.

이 회사는 물품대금 회수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험회사에 상품판매 손실과 연계된 보험을 들고 있으며 고객의 할부금은 매주 현금으로 받고 있다.

가령 어떤 고객이 시가 3천32달러짜리 최신형 스크린 TV를 30개월 할부로 사고 싶다면 할부원금과 이자및 보험료를 합쳐 매주 40달러를 회사측에 지불하면 된다.만기까지 회사에 지불하는 총액은 6천65달러로 보험료를 합한 실제 이

자율은 무려 55%에 이르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나게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매출은 91년 1천6백만달러에서 지난해는 2억3천3백만달러로 급신장했다.점포도 전국적으로 4백23개나 거느리게 됐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종류의 상품판매의 경우 물건값을 제때 받지 못하고 떼이는 돈이 많을 것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판매책임자의 철저한 맨투맨식 고객관리와 보험가입으로 대손율은 전체 매출의 2%정도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마크 스피스 사장은“지난해 미국내 개인파산 선고건수가 1백만건을 돌파하는등 신용불량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종류의 소매업은 고객관리능력만 있다면 사업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사진설명>

신용불량 고객을 상대로 한 신종 할부판매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미 렌터스 초이스사의 어니 톨리 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