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올 들어 5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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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들어 내국인의 증여성 해외 송금이나 해외 이주비, 재외 교민들의 국내 재산 반출 등 해외로 나가는 돈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월 증여성 해외 송금이나 해외 기부금 등이 포함되는 경상이전수지와 재외동포의 재산 반출과 내국인의 해외 이주비 등이 집계되는 자본이전수지의 대외지급액 합계는 모두 45억222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1% 늘었다. 이 기간의 원-달러 평균 환율(1166원)로 계산하면 5조2700억원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경상이전수지의 대외지급액(39억6560만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20.2%, 자본이전수지의 대외지급액(5억5660만달러)은 28.2%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이전.자본이전수지는 상품.서비스.소득.투자수지 등과 달리 외국과의 거래 관계에서 대가가 없는 자금의 이동"이라며 "이런 대외지급액은 국내에 있는 부(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경상거래의 경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지만 경상이전수지와 자본이전수지는 이와 달리 반대급부 없이 이뤄진다.

밖으로 나가는 돈은 이처럼 늘었는데 들어오는 돈은 이보다는 적게 늘었다. 올 들어 4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경상이전.자본이전액은 29억27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2% 늘었다. 이에 따라 경상이전.자본이전수지 적자는 전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16억1950만달러에 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해외에서 부동산을 불법 취득하는 일이 있는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30일 "국내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는 일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외국환거래법상 부동산 구입 때 신고 당국인 한국은행에 접수된 게 하나도 없어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상이전수지와 자본이전수지=경상이전수지는 해외에 있는 친인척에 대가 없이 보내는 증여성 송금 등이 기록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종교단체나 자선단체의 기부금과 구호물자, 정부 간의 무상원조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대외지급액이 늘었다고 해서 이를 '자본 탈출(capital flight)'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자본이전수지는 해외 동포가 국내에 놓아두었다 반출하는 재산이나 이민 비용 등이 포함된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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