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재탕 극성 - '모래시계''겨울새'등 재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TV에'재탕'이 판친다.

SBS는 다음달 6일 막을 내리는'임꺽정'의 뒤를 이어 12일부터 95년초 방영됐던'모래시계'를 다시 내보낸다.SBS는 현재'화제작시리즈'라는 이름으로 5년전 드라마'겨울새'를 토요일 낮 재방송중이다.

MBC'일요일 일요일밤에'는 이달초 제대한 이휘재를 모셔온(?)뒤 그가 입대전 나왔던 인기 코너를 되살렸다.역시 MBC의 '별은 내가슴에'는 자사의 인기 드라마'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자기복제'했다는 혹평까지 받았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프로그램의 창조보다 왕년에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을 그대로 또는 살짝 바꿔 내보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선보였을 때 시청자가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또'인기작을 다시 틀면 최소한의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안이한 생각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높다.

불황에 따른 광고 위축의 여파라는 해석도 있다.드라마를 재방송할 경우 제작비가 들지 않아 경영 압박을 덜어준다는 것.

SBS측은“'모래시계'를 볼 수 없었던 지역 시청자들의 강력한 요구”라고 재방 이유를 밝혔다.실제 방영 당시는 지역민방이 출범하기 전으로 SBS의 전국 방송이 불가능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삼청교육대등을 소재로 해 TV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던'모래시계'는 재방송할만한 명작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과거 MBC'여명의 눈동자'등 명작이 일요일 낮시간에 재방송된 것과 달리'모래시계'는 주말 밤 황금시간대(9시50분~10시50분)에 방영된다.

더구나 이 시간대는 SBS가 창사 이래 처음 시도하는 단막극 시리즈'SBS 테마드라마'를 마련해 놓았던 터여서 결국 SBS는“시청자를 안전하게 끌어안기에만 급급해 드라마 발전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MBC'일요일 일요일밤에'는 이휘재 제대후'인생극장'코너를 부활시켰다.

이 코너의 구성은 주인공이 두가지 선택의 상황에서 어느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상황을 모두 보여주는 것.예전 그대로다.선택의 순간마다 나오는'그래 결심했어'라는 대사까지 똑같다.제작진도“시청자들로부터 재탕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며“구성을 바꿀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협의회 오혜란(吳惠蘭.37)사회개발실장은“되풀이 방송으로 시청자는 새로운 것을 볼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방송사들은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만족을 위해 부단히 새로운 프로그램 창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화.권혁

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