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일본 영화 '완전한 사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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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육'은 등장인물도, 촬영 장소도 극히 제한된 소품으로 인물의 심리를 쫓아가는 영화다.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1994년 마쓰다 미치코가 소설로 발표했고, 2001년 니시야마 요이치 감독이 다시 영화로 옮긴 것이다. '40일간의 사랑'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한달여에 걸친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 그런데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 의심스러운, 통념에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신경정신과 상담 의사인 아카이(다케나카 나오토)는 매일 같은 시간, 사무실 창 밖의 다리 난간에 나타나는 한 여성을 주목하게 된다. 말을 붙여본 그는 그녀가 심한 정신적 상처를 안고 있는 걸 알게 된다. 하루카(후카우미 리에)라고 밝힌 그녀는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만나기 위해 매일 같은 장소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카이는 최면 요법을 통해 여고 2학년 때의 하루카를 보게 된다.

외톨이로 우울하게 학창생활을 하던 그녀는 우주인이 자기를 데려갈 것이라는 망상에 잡혀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인이 아니라 40대 남자가 나타나 자동차로 납치해 집에 가둬 놓는다. 납치범 스미카와(히다 야스히토) 역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외롭게 살아가는 학원 강사다. 그는 하루카를 본 순간 그녀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지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실토한다. 그는 하루카의 손발을 묶어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대한다. 강제로 하루카의 몸을 탐하지도 않는다. 매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그녀의 사진을 찍어 벽에 붙여두고 몸무게를 적어 나갈 뿐이다. 하루카도 처음엔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완강하게 반항하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진심'을 납득하게 되고 마침내 몸도 허락하게 된다.

외로움과 소외가 극에 달해 인간 관계에서는 더 이상 유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UFO와 같은 인간 바깥 세계를 갈망하는 데까지 이른 현대인의 고독, 진심이 아니라 물질과 육체로만 맺어지는 현대의 남녀 관계, 사랑이란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할 수 있는가 등등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다. 인물의 심리 변화를 추적한 것은 좋으나 증오가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이 다소 단선적이어서 미흡함이 남는다. 4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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