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 건널목 사고 참변 현장 - 70대 부부등 노인들 피해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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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4일 오전 발생한 전북남원시사매면 전라선 건널목 사고는 사상자 수에서 70년 이후 최대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최악의 건널목 사고는 70년 10월14일 장항선 모산역 임해건널목에서 발생한 것으로,수학여행중이던 서울경서중 학생 45명이 숨지고 32명이 부상했었다.

이번 전라선 건널목 사고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16명으로 95년 8월9일 경북 개포~점촌 구간 경부선에서 1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진정건널목 사고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

…마을이 생긴 이래 최악의 참사를 당한 남원시사매면 인화리.서도리 주민들은 침통한 분위기.이들 마을에서는 사망 13명,부상 14명등 27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피해자 대부분이 자식들을 서울이나 부산등 대도시에 보내고 외롭게 살고 있

는 노부부들이어서 스산함을 더했다.

특히 서도리에서는 평소 마을 일에 앞장섰던 최완범(58)이장과 금실좋던 이일재(74).박금례(73)씨 부부등이 숨져 이웃들을 안타깝게 했다.李씨 부부는 광주에서 열리는 종친회에 참석키 위해 남원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李씨 누나 갑선

(76)씨도 함께 버스에 탔다가 변을 당했다.

…유임례(49.여.남원시사매면인화리)씨는 딸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시내로 나오다 변을 당한 사실이 밝혀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유씨는 오는 29일 오후로 예정된 장녀 朴현정(23.여)씨의 결혼식을 앞두고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시내 쇼핑을 나오던 길이었다.딸 朴씨은“어머니께서 큰딸 혼수만은 직접 장만해야 한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는데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고 현장인 서촌마을 앞 철도건널목은 서도역으로부터 1백 떨어진 곳으로 주변에는 사고 승객들이 5일장에 갖고 나가던 각종 나물.채소등과 핏자국.유류품이 널려 처참한 모습.

그러나 버스와 충돌한 무궁화호 열차는 사고가 난 뒤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어 열차 운행에는 차질이 없었다.

…사고후 이환균(李桓均)건설교통부장관은 헬기를 타고 내려와 사고현장을 점검.李장관은 이날 오후2시30분쯤에 도착,충돌사고 현장과 서도역등을 둘러보며“건널목 일단정지등에 대한 교육을 여러번 받았을 터인데도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결국 이런 대형사고를 불렀다”며“운전자들의 의식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원=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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