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빛과그림자>3. 말레이시아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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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앞으로 10년안에 싱가포르를 따라 잡자.”

말레이시아의 페낭항에는 망치소리가 요란하다.싱가포르항에 버금가는 항만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의 아지즈 통산부 무역담당 차관보는“이는 말레이시아가 신흥공업국으로 발돋움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뿐 싱가포르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모든 면에서 싱가포르를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여기에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분리해 나간 도시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말레이시아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현실이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를 따라잡으려는 말레이시아의 오늘은 마하티르총리의 작품이다.그는 지난 81년 집권한후 신경제정책(NEP)을 표방,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고무.주석등 주로 천연자원에 의존하던 경제구조를 공업중심으로 바꾸고 총인구의 80%를 차지하던 빈곤층을 20%미만까지 끌어내린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속내용은 당시 총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도 경제적 비중은 2.4%에 지나지 않던

부미푸트라(말레이어로'땅의 자손'을 뜻하는 말레이시아 본토인)의 경제적 지위를 높이자는 것이었다.이 정책의 성공으로 부미푸트라의 경제적 비중은 최근 20%로 높아졌다.

콸라룸푸르 시내에서 만난 택시기사 젠지르 싱은 마하티르총리에 대해“그가 총리가 된후 눈으로도 쉽게 변화를 볼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며 밝게 대답했다.

90년대 이후 말레이시아의 정책은 이른바'비전 2020'으로 집약된다.오는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1만달러까지 끌어올리고,부품조립 중심의 제조업에서 벗어나 자본재및 중간재 생산을 늘리며 서비스부문에서도 싱가포르에 대한 의

존도를 줄여 진정한 경제자립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96년 4천5백달러를 기록했다.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도 계속 8%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도로.전력등 사회간접자본은 턱없이 부족하고 갑자기 늘어난 자동차 때문에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특히 전력난은 산업발전의 걸림돌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도농(都農)간.계층간 빈부(貧富)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말레이시아가 현재의 발전단계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꾀하기 위해 풀어야 할 난제는 아직도 많다. [콸라룸푸르=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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