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한보청문회 - 줄잇는 김현철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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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보청문회 논란의 핵심인 김현철(金賢哲)씨 관련 의혹이 계속 터져나와 긴장을 더하고 있다.

청와대 小山인맥 15명선 포진

검찰수사와 별도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의혹은 이미 확인된 것도 있지만 설익은 것들도 적지 않다.야권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청문회를 통해 결정적 증거들을 터뜨리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일부에선 이같은 대형 의혹들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정치권 전체가 요동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우려하는 실정이다.다음은 새로 드러난 현철씨 관련 의혹.

◇청와대.여당내 소산(小山)인맥=金씨 심복 정대희(鄭大喜)씨의 청와대'무적(無籍)근무'사실이 드러난 뒤 청와대에 여기저기 소산인맥이 심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비서관(1~2급)과 행정관(3~5급)중 15명 정도가 金씨의 직접적 영향아래 활동해왔다는 것.

K.H.L.P비서관과 92년 대선당시 金씨가 관리했던 민주사회연구소와 언론대책반(속칭 광화문팀)등 사조직 출신 행정관들이 거론된다.

87년 대선 때부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도왔던 언론대책반은 청와대 소속이 어렵게 되자'공보처 전문위원'으로 등록해 놓고 청와대 파견형식으로 편법 근무해왔는데 이중 일부가 현철씨에게 활동상황을 보고해왔다.

특히 현철씨는 청와대내 정무비서관실외에 민정비서실에도 또다른 측근인 최동렬(崔東烈.35)씨를 근무시키며 별도의 방을 내주고 자신의 사조직을 관리토록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이 정권이 김영삼-김현철 공동정권이자 부족정권”이라고 개탄하고 이원종(李源宗)전청와대 정무수석이 현철씨의 청와대 인맥심기에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했다.야당이 청문회 출석증인에서 빠진 李씨의 증인채택을 촉구하는 것도 이 점을 파헤치기 위함이다.

이밖에 박경식(朴慶植)씨가 신한국당 15대공천 과정에서 金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한 김철(金哲).한이헌(韓利憲)의원등에 대해 국민회의측은“정부조직내의 소산인맥 뿐만 아니라 여당내 金씨 뿌리도 청산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김종혁 기자〉

◇자금해외도피설=현철씨의 최측근 박태중(朴泰重)씨의 잦은 외국행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의원이 23일 공개한 법무부의 출입국 기록 현황자료에 따르면 朴씨는 93년 7월15일부터 96년 6월16일 사이에 네차례나 홍콩을 방문한 것으로 돼있다.

金의원은“朴씨가 그동안 홍콩을 드나들면서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제보가 있다”며“이 자금과 한보 리베이트와의 관련성을 추적중”이라고 했다.특히 출입국 관리기록중 朴씨의 미국행도 석연치 않은 구석을 안고 있다는게 金의원의 주장이다.

朴씨는 95년 2월27일부터 3월19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면서 방문목적을'공무수행'이라고 적었다.

金의원은“단 한번도 공직을 맡지 않은 朴씨가 공무수행차 미국을 방문했다고 했는데 공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통상적으로 방문목적을'관광'으로 기재해왔던 것과 달리 이 시기 만큼은 유독 공무라고 적은데 대해 뭔가 내막이

있지 않느냐는 것.朴씨의 출입국 관리기록중 또다른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은 여행목적을'상용'이라고 밝히고 95년 9월14일부터 10월1일까지 독일을 방문했다는 대목이다.야당측은 독일 SMS사로부터의 리베이트설과 관련지어 독일행의 전모에 주목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2개의 주민등록=현철씨는 600521-1******이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다 83년 11월7일 590308-1******으로 바꿨다.당시 24세였던 현철씨는 마산지법 충무지원의 허가를 받아 경남거제군장목면 외포출장소에 호적 정정신고를 내 주민등록번호를 바꿨다.

그러나 현철씨는 그해 12월13일 결혼,분가(分家)했으면서도 새 호적에는 생년월일 변경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생년월일을 고칠 경우 새 호적에는 변경내용과 변경사유가 당연히 명기돼야 하는데도 바뀐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2개의 주민등록 번호를 소지한 셈이 돼버린 것이다.

야당은 2개의 주민등록번호 소지가 그의 의혹에 찬 행적과 무관치 않다며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자민련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현철씨가 2개의 주민등록번호를 소지하게된 것이 행정상 착오에 의한 것인지,그의 실수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2명의 김현철씨가 상존하고 있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회의는'지난해 미국 애틀랜타올림픽때 정보근(鄭譜根)회장과 현철씨의 동행'을 주장하다 대통령 차남이 아닌 동명이인의 김현철씨로 밝혀져 해프닝으로 끝난 일을 상기시키며“국회.언론사등의 인명록 파일에 현철씨의 생년월일이 60년 5월21일로 돼있어 혼선을 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사진설명>

김현철씨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정치권은 현철씨의'비자금.리베이트정국'으로 가파르게 이동하는 중이다.오른쪽은 측근중 측근인 박태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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