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집행도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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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속도 드라이브가 가파르다.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국제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결과다. 그런데 일을 하려고 해도 머리만 바빴지 손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돈을 풀겠다 해도 현장에서는 돈 가뭄에 허덕였다. 교육공무원들이 시범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 밖에도 예산집행이 늦어져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른 사례들은 부지기수다.

◆“개혁 방해 세력, 교과부”=좌편향 교과서의 개정 움직임이 정부 내부에서 나온 건 지난 4월 말이다. 하지만 개정 작업까지 이어지는 데 무려 8개월이 걸렸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1급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교과서 문제로 이념 갈등이 번지는데도 꼼짝 않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보수 단체의 한 관계자는 “좌파 정권에서 득세했던 좌파 세력이 잔존하고 있는 곳이 교과부”라고 지목했다.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도 사석에서 “(정부 밖에 나와서 보니) 교과부 사람들이 MB 교육개혁을 망가뜨리고 있더라”고 말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예산집행의 걸림돌은=총사업비가 1300억원이 넘는 전남지역 A건설현장은 2005년 착공한 이래 4년 동안 215억원(16.3%)밖에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특히 올해엔 예산이 10억원에 불과해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다. 이 현장 관계자는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해 주지 않는 한 공사를 재개할 수 없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예산집행의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역시 속도를 냈다. 통상적 절차라면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관보에 게재되기까지 보름 정도 걸리지만 내년 예산의 경우 닷새 만에 후속절차를 마무리했다. 기획재정부의 분기별 예산 배정 작업도 통상 2주가 필요하지만 올해는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동의절차와 함께 동시에 배정 계획을 의결했다.

강홍준·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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