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딸과 함께하는 공부가 즐거운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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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생각해보면 참으로 숨가쁘게 보낸 20대였다.졸업과 함께 취업 문제로 밤잠을 설쳤고 취업을 하고 나니 결혼을 해야 했다.결혼 후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고 맞벌이를 하면서 30대 문턱을 넘어섰다.

늘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던 내가 한 가정을 이뤄 독립하기는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다.결혼은 정신을 성숙시키는 초석이었다.30대 중반이 되니 모든 상황이 안정됐고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난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10년 동안 계속했던 직장생활을 그만뒀다.

맞벌이를 중단하니 경제적 부담은 있지만 가족들과 대화시간이 많아져 주부로서 정신적인 만족도는 오히려 더 큰 것같다.

또 40대가 되면 여러 가지로 우울한 일이 많아진다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30대를 알차게 마감하리라는 생각으로 저녁시간을 이용해 시작한 방송대 국문학과 공부에 흠뻑 빠져 새로운 기쁨을 맛보고 있다.

남는 시간을 TV시청이나 친구들과 만나 수다로 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시작한 30대 중반의 문학공부가 이렇게 나를 취하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딸은 공부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운가 보다.엄마는 방송대 4학년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학교에서 자랑했단다.난 앞으로도 딸에게 공부를 강요하거나 학원을 순례토록 하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자식을 무조건 학원으로 내몰기보다 딸이 예습.복습하는 곁에서 나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공부하며 딸의 부족한 부분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갈 것이다.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온 내 딸이 큰소리로 외친다.“엄마 난 정말 행복해.우리 반 애들은 학원을 3개씩 다니느라 놀 시간도 없대.너무 지겹대.” 이금복〈서울은평구녹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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