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허리띠 조여 수지개선 앞장 - 3.20 경제회생정책 초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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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20 경제활력 회복대책'은 재정긴축과 시장경제 기능회복을 통한 구조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5%대의 저성장을 감수하더라도 약해진 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문은 강경식(姜慶植)부총리가 직접 쓰다시피 했으며 기자회견 막판까지 7~8차례에 걸쳐 고치고 또 고쳤다.

당면한 현실과 구조적인 어려움을 감안할때 재정쪽에서 허리띠를 조이는 대신 금융쪽에서는 여유를 갖고 대처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따라서 모든 작업은 정부를 뜯어 고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근간이다.

姜부총리는 이날 합동기자회견에서“정부도 서비스기관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발상 전환을 강조했다.

이런 철학을 전제로 한 이번 대책은 당면 현안으로▶국제수지 적자축소▶금융(외환)불안 해소▶물가 안정▶노사관계 안정등으로 꼽으면서 이들도 규제 완화와 정부의 솔선수범이 선행돼야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긴축 예산.도로등 사회간접자본은 물론 거의 성역시 돼왔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 예산까지 효율성이 적으면 깎겠다는 것이다.정책의 우선순위를 국제수지방어에 두겠다는 방향설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는등 총수요 관리에 나서면 기업.민간도 따를 것이고 이렇게 되면 수입증가율 둔화,국제수지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금융 부문 역시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자율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금리 인하.경쟁력 향상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물가와 관련,시장 개방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특히 정치 논리에 묶여있는 농축산물 수입을 과감히 확대,소비자들이 싼값에 사먹도록 하겠다는 것이 姜부총리의 의도다.

여기다 서민 생활에 가장 큰 부담인 사(私)교육비를 줄여주면 설사 근로자 임금이 동결되더라도 불만이 없을 것이란 계산.

그러나 이런 설계들이 실천에 옮겨지기까지는 엄청난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각계의 엄청난 인내와 고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경제 위기감이 높은데다 경제팀 팀워크도 괜찮은 편이라 강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또 많은 사람들이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생각이 다르다.재정경제원 관계자들부터“방향은 맞지만 워낙 이상론적인 내용들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조직 개편이나 농축산물 개방확대에는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되며 한자릿수 예산 편성에는 예산실쪽에서부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연쇄부도 위기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긴축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시급한 도로.항만등에 대한 투자에

손을 댈 수 있을지,또 대선(大選)을 앞에 둔 현 시점에서 확정.집행중인 농어촌 예산을 줄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姜부총리가 주도했던 지난 80년대의 긴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정부의 힘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채 1년도 안남은 문민정부 임기 말까지 강경식 경제팀이 이번 개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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