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한국인 활동범위 좁아질듯 - 황장엽 비서 필리핀行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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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가 베이징(北京)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체류 34일만에 베이징을 떠남으로써 黃비서 망명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이 한.중,북.중 관계에 끼칠 영향은 적잖을 전망이다.

우선 한.중 양국 관계만 하더라도 탈북자 처리문제에 있어 중국측의 상당한 정책 변화가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중국당국은 지금까지 중국 영토를 경유해 한국으로 건너간 탈북자사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안”이란 입장을 취해왔던게 사실이다.그러나 중국은 일단 黃비서 망명허용이라는 전례를 남긴 이상 이같은 불개입 원칙

을 포기,앞으로는 자국영토를 경유한 한국행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제약을 가하고 통제하려들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내에서 남북한을 연결짓는 각종 행사나 사업에 대해 중국이 색안경을 끼고 예의주시할 것임은 물론 한국측 요원들의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黃비서건은 또한 그렇지 않아도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북.중 관계에 더욱 깊은 골을 패게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측은 중국이 마음만 먹었다면 양국간 범인 인도협정에 따라 黃비서 일행의 신변인도가 법적으로 가능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북한측에 대해 느끼는 중국측 불만과 서운함은 훨씬 강도가 높다.

물론 이번 사건처리를 통해 중국이 안게된 부담도 적지 않다.우선 중국으로선 앞으로 이번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중국이 비록 黃비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黃비서를 제3국으로 보내는 형

식을 취했다고는 하나 중국으로선 건국이래 사상 처음 자국 영토내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는 전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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