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증권사 ‘부실 보고서’ 검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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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업협회가 최근 3개월간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가 상장기업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낼 때마다 해당 기업 주가는 물론 시장 전체가 출렁거린 데 따른 것이다. 증협은 이번 주말까지 19개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4분기에 발간한 매도 추천 보고서를 모두 받아 내년 1월 말까지 조사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증협은 이 보고서가 ▶합리적 근거에 의해 분석을 했는지 ▶내용이 정확성과 공정성을 갖췄는지 ▶내부통제 기준을 어긴 점은 없는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강성호 회원조사팀장은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내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고 투자자 보호 문제도 나와 점검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맥쿼리 증권이 조선주 목표주가를 한꺼번에 50~70% 깎자 조선주가 폭락했다. 9월에는 메가스터디가 골드먼삭스의 부정적 보고서로 홍역을 치렀고, 10월엔 현대증권·현대중공업·LG전자·미래에셋증권이 표적이 됐다. 최근엔 GS건설과 자동차업종이 외국계의 매도 보고서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증협은 조사 결과 자료의 정확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거나 내부통제 기준을 지키지 않아 협회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나오면 자율규제 제재위원회를 열어 경고나 벌과금 부과,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증협의 이런 조치에 외국계 증권사는 반발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올해 주가가 떨어진 게 외국계의 매도 보고서 때문이냐”며 “주가는 떨어지는데 주식을 사라는 보고서만 낸 국내 증권사가 더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펀드판매인력 ‘삼진 아웃제’가 시행됐다. 펀드 판매 과정에서 고객과 분쟁이 생겨 견책 이상의 징계를 세 차례 이상 받으면 펀드 판매자격을 5년간 박탈하는 제도다. 자산운용협회 산하 판매인력관리위원회는 17일 이런 내용의 ‘펀드판매인력 자격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종전에는 감봉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을 때만 판매자격 정지를 내렸으나 앞으론 가벼운 견책까지 징계 대상을 확대한다.

위원회는 또 펀드 판매 자격을 증권펀드·부동산펀드·파생상품펀드로 나눠 시험을 따로 치르는 판매인력 등급제도를 도입한다. 기존 자격자는 증권펀드 판매 자격만 보유한 것으로 인정해 부동산펀드나 파생상품펀드를 팔기 위해선 내년 3월 별도로 치러지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현행 2년마다 시행되는 보수교육은 1년 단위로 실시하고 보수교육을 받지 않으면 판매·취득권유 자격이 정지된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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