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복사한 수표.달러.엔화.채권 시중에 무더기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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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4일 구속된 수표위조범들이 외화와 채권.지폐까지 대규모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회수된 것은 극히 적어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중일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17일 10만원짜리 수표를 위조해 사용하다 유가증권위조및 동행사 혐의로 구속된 한은상(韓銀尙.33.전북전주시인후동1가)씨등 일당 3명이 수표외에도 엔화와 달러.채권도 대량 위조,유통시킨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특히 이들은 수표용지와 비슷한 재질의 용지를 일본에서 대량 수입했으며 컬러복사기를 이용,육안으로는 위폐여부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복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들의 범행내용은 10만원권 자동차채권 70장,50만원권 채권 20장,10만원권 자기앞수표 72장,1만원권 엔화 11장,1백만원및 50만원권 수표 각 40장등 8천5백여만원 상당을 위조했다는 것.이중 회수된 것은

10만원권 수표 12장이 전부다.

그나마 이것도 공범 趙모씨가 진술한 추정치로 위조기술자인 주범 韓씨등 2명은 위조 규모나 종류 등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전체 범행 규모나 유통액수,소각.폐기량등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경찰은 최소한 수십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범 趙씨는 韓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몇시간씩 위조작업을 했다고 진술해 경찰은 이들이 아직 위조한 화폐와 유가증권등을 상당량 숨겨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연고지인 전주를 중심으로 정밀수사를 펴고있다.

趙씨는 또 사건이 보도된 후 위조한 화폐와 유가증권을 전주시 택지개발공사장 등에서 소각했다고 밝혀 경찰이 현장에서 타다 남은 엔화 조각등을 수거하기도 했다.

주범 韓씨는 경찰에서“일부를 유통시켜보고 발각되지 않으면 상당량의 위조화폐와 유가증권을 한꺼번에 현금화한 뒤 일본으로 도피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위조인감 3개,동직원 인장,주민등록증 3장,경찰관재직증명서등 위조된 각종 서류와 전북전주시인후동 아파트등기부등본 19장등을 발견,증거물로 압수했다.이들은 위조서류로 두차례에 걸쳐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한뒤 곧장

팔아넘겼으며 아파트 등기부등본과 인감등으로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아내려 했었다.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지법 申형근판사는“이들이 일찍 검거가 되지 않았으면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지고 나라 전체가 위폐 소용돌이에 말릴뻔 했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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