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자원봉사 춘천 박태한씨 - 은퇴 빙상코치 '교통코치'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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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케이트 타는 것과 자동차 운전은 똑같아요.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납니다.”

공사가 한창인 춘천시 소양제2교 네거리에서 자원봉사 교통정리에 땀을 흘리고 있는 박태한(朴太漢.73.사진)할아버지.교통사고 위험지역을 찾아 14년째 교통정리에 앞장서온 그는 교통법규 준수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한다.

朴할아버지는 원래 유명한 빙상코치 출신.세계주니어빙상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李영하씨를 비롯해 李남순.李연주씨등이 초.중.고교 시절 그의 지도를 받으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빙상계에서 은퇴한 朴할아버지는 83년 3월 마구 달리는 차들 때문에 학교앞 건널목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돼 교통정리를 시작했다.차를 세워 여학생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게 해준 朴할아버지는 1주

일여 거울 앞에서 수신호 연습을 한뒤 본격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후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 1년내내 초등학교앞등 곳곳에서 교통정리를 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왔다.이제 춘천시민들은 朴할아버지를'신호등 할아버지''교통 할아버지'등으로 부를 만큼 다정한 이웃으로 대한다.91,92년에는 사고다발지역

인 의암삼거리에서 활동하며 교통사고를 줄인 공로로 내무부장관과 강원도지사 감사장을 받기도 한 朴할아버지는 오늘도 오전8시부터 오후6시까지 교통수신호로 시민들의 안전파수꾼 역할에 분주하다.혹 늦잠이라도 자면 부인 허연옥(許蓮玉.69)

할머니가 깨워줄 만큼 가족들도 열성이다.

朴할아버지는“건강이 허락하는 한 교통정리를 계속할 겁니다.교통사고가 줄어든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라며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춘천=박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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