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 엄마의 사춘기 자녀 키우기] 시험은 아이가 보는 것 … 엄마는 차분히 응원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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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들 모임을 했는데 기대만큼 많이 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기말고사 기간이라 엄마들이 바쁘다고 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엄마들은 더욱더 아이들의 공부를 챙긴다. 오답노트를 만들어 주면서 문제 한 개라도 더 풀게 하려고 외출을 삼가고 아이 옆을 지킨다. 학원 선생님들이 보강이나 특강을 해주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아이가 움직이게 하려다 보니 늘 대기 중이다.

“아이가 시험 치러 가는 날 아침엔 잠을 설쳐요. 시계를 보면서 국어 시험이 이제 시작됐네, 지금쯤 수학을 치고 있겠네, 답을 밀려 쓰진 않을까, 덤벙거리다 엉뚱한 답을 고르지 않을까 안절부절 아무 것도 못해요.” 이렇게 말하는 엄마가 적지 않다.

솔빛이가 중·고교에 다닐 때도 ‘아이 성적이 엄마 성적’이라며 엄마들이 아이 대신 시험을 쳐줄 것처럼 열심히 하던 분위기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교육정책이 바뀌고 초등생들까지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엄마들의 관심이 도가 지나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시험 시간에 엄마의 화난 얼굴이 떠올라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시험 공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성적은 계속 떨어져요. 엄마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야단치시니 억울하기도 하고 죽고 싶어요.” 상담실에서 울먹이던 아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시험 기간인데 아이가 평소보다 더 어수선하고 공부에 집중을 못하면 엄마들은 잔소리를 한다. 그러면 사춘기 아이는 짜증을 부리거나 화내면서 공부하는 척하거나 더욱 반항하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엄마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는 시험 스트레스로 불안해 한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도리어 엄마들이 아이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되도록 솔빛이의 행동에 무관심하려고 노력했다. 시험 결과에 대해서도 아이보다 더 억울해하고 흥분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졌다. 성적에 태연해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붙들고 공부를 시키려고 애쓰는 대신 시험을 자기 것으로 느끼고 챙기도록 애썼다. 그냥 평소처럼 담담하게 대했을 때 아이는 편안하게 시험을 치렀다. 성적도 오히려 잘 나왔다.

시험 치고 돌아온 아이를, 성적표를 들고 와서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정말 수고했구나. 성적과 관계없이 널 사랑한다”며 진심으로 위로해 줄 사람이 부모 아니면 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조건 없는 지지와 격려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험 준비다. 문제집 몇 권보다 먼저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시험 전에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이남수 부모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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