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겨울바다와 백사장, 영화 속 주인공 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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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꿈이었다. 지난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1년 동안 살면서 ‘언젠가 캠핑카를 타고 캘리포니아를 누비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낯선 땅에서 큰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게 이방인에게는 만만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행운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큰 기대 없이 응모한 ‘Cafriday 캠핑카 타고 공짜 스키여행 떠나세요’ 이벤트에 덜컥 당첨되어 버린 것. 하지만 예상외의 행운으로 인한 기쁨도 잠시, 12월 첫째 주 서울 기온은 영하 12도, 올겨울 가장 많은 눈이 전국을 뒤덮고 있었다. 막상 떠나려니 한겨울 추위에 은근히 걱정도 됐지만 일단은 기분 좋게 고고씽!
캠핑카는 생각했던 것보다 실내공간이 여유로웠다. 또 오비맥주에서 제공한 카프리 맥주도 준비돼 있었다. 캠핑카는 육중한 덩치와는 달리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순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쏜살같이 스키장까지 달렸다.

스키장에 도착한 우리는 ‘Cafriday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휘닉스파크 리프트권으로 신나게 보드를 탄 후, 내친김에 동해바다까지 달려 일출을 보기로 합의했다. 약 2시간을 달려 만난 겨울바다는 한여름 뜨거운 열기 속, 북적거리는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어두운 밤에도 환한 조명이 파도를 비추고 있었다. 겨울바다를 앞에 두고 넓은 백사장에 단 둘이 있다 보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겨울바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조개구이. 우리는 숯불 위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조개와 카프리를 마시며 오븟한 시간을 보냈다. 카프리는 상쾌한 맛과 함께 세련된 느낌을 전해주는 맥주였다. 다음날 아침 7시, 전날의 여흥이 채 가시지 않은 우리는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다시 한 번 차를 몰았다. 초목이 다 마른 겨울이라 양떼들은 우리 안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에게 풀을 먹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대관령 양떼목장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캠핑카 여행은 막을 내렸다. 이번 여행 기회를 제공한 오비맥주와 중앙일보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이틀간 느꼈던 색다른 즐거움은 가슴 속에 남아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캠핑카를 타고 또 다른 모험을 떠나보고 싶다.

글·사진=심승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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