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제비 돌면서 자전거에 매달려 있는 방법!

중앙일보

입력

1970년대, 미국에서는 레저용 자전거가 크게 유행했다. 자전거 회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인 BMX 자전거를 앞 다퉈 출시했다. BMX 자전거는 오프로드 경주용 오토바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진 것인데, 일반 자전거에 비해 작고, 가볍고, 1단 기어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수 핸들을 장착하고, 다양한 지형에서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도록 최저속 기어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 BMX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다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BMX를 즐기는 이윤호 씨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BMX 자전거, 다소 위험해 보이는 이 자전거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1970년대 호황을 누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BMX만을 위해 20년을 투자해 온 X-게임 플레이스의 이윤호(35) 씨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Walkholic(WH) BMX란 뭔가.
이윤호(이하 이)
BMX 는 ‘Bicycle Moto Cross’ 의 약자로서 비포장용에서 달릴 수 있는 튼튼한 20"자전거를 말한다. 초기의 비포장 경기용 자전거에서 발전해서 현재는 프리스타일용도 ‘Vert’, ‘Park’, ‘Street’, ‘Flat’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특히 BMX 레이싱의 경우 2008베이징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용경기장이 생기고 전문적인 선수층이 생기는 등 큰 붐이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H BMX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글쎄, BMX는 처음부터 잘 탈 수는 없다. 시간을 들여 투자하고 BMX와 친해져야만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전거다. 이를 테면, 가파른 나무 경사로에서 뛰어 내려서 뒷바퀴로 먼저 착지하고 빠르게 내달리는 기술 등은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 BMX를 개조해서 묘기를 선보일 수도 있다. 공중제비를 돌면서도 자전거에 매달려 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BMX 타는 모습

WH BMX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바로 X-게임 플레이스라고 들었다. 어떤 공간인가.
A:
익스트림 스포츠 중 인라인스케이트와 스케이트보드 BMX 프리스타일 중 ‘Park’ 종목을 연습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곳이다. 2003년 XEE가 시공한 후 (사)대한익스트림스포츠협회가 운영위탁을 받아 관계사인 XEE가 운영대행하고 있다. 매년 6회 정도의 대회가 열리고 있고, 1000원의 입장료만 내면 하루 종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장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여도 하고 있으며, 프로선수에 의해 종목별 강습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 X-Sports 파크가 100여개 있는데 그 중 X- 게임 플레이스가 가장 구심점이 되는 곳이다.
전국에 크고 작은 X-Game파크는 100여 곳이 넘게 있다. 그 중 보라매 정도의 큰 규모로 지어진 곳은 30여개 정도다. 보라매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전문단체나 선수들이 아닌 지자체에서 소극적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XEE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XEE는 2001년에 만들어진 회사로 스케이트파크의 건설, 익스트림 이벤트 기획진행, 익스트림 스포츠 마케팅과, 선수 에이전시 등 익스트림스포츠와 관련된 토탈 솔루션을 지원하는 회사다.

WH 자전거를 타게 된 처음 계기는 무엇인가. 그중 특히 BMX에 빠지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활동적이었던 성격에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해외에 이민 갔다기 돌아 온 친구 녀석의 BMX를 빌려 탄 이후로 매니어가 됐다. BMX는 일반 자전거보다 무척이나 튼튼하고 특수한 장치들로 인해 묘기를 부릴 수 있어 흥미가 있었다. 당시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헌책방이나 미군부대 근처에서 비디오테이프나 오래된 미국 잡지를 통해서 BMX를 정말 ‘공부’해가면서 탔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보며 기술을 배워서 지금에 이르렀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던 어린 시절에 큰돈 들이지 않고 어떤 특별한 것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작은 모임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즐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 자체가 직업이 됐다. 요즘에는 ‘그냥 자전거만 타면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0년 전, BMX 대회에 출전한 이윤호 씨의 모습

WH BMX 자전거는 종류가 따로 있는 건가.
BMX 자전거는 아주 튼튼하고 특수하게 고안된 자전거로 20"~24"의 일반적인 자전거보다 작은 바퀴를 사용하고 바퀴의 강도도 일반자전거보다 몇 배나 강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용도에 따라 특수한 장치가 달려 있는데 대표적인 파크용 자전거를 예로 들면 자이로라는 핸들을 돌려도 선이 꼬이지 않는 장치가 달려있고, 앞뒤바퀴에 페그라는 장치가 있어 발판이나 미끄럼용 지지대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플랫랜드용 자전거에는 프리코스터라는 바퀴가 뒤로 굴러도, 체인과 페달이 따라 돌지 않는 장치가 있어 기술을 할 때도 걸리지 않도록 특수하게 고안된 장치가 달려 있기도 하다.

WH BMX 대회에도 출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낯선 자전거라고 할 수 있는데 벌써 대회가 열릴 정도라니 놀랍다.
작년 한 해 우리가 주최를 했던 대회만 4회다. 각 지자체들이 주최하는 대회를 포함에 연간 10여회 가까이 대회가 열린다. 우리 팀은 가능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고, 나도 웬만하면 참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악자전거는 알아도 BMX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만도 1,000명 안팎의 매니어가 존재한다. 그에 반해 산악자전거 매니어는 굉장히 많다. 한국에도 BMX의 전성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90년대 초 몇 년간 삼천리, 코렉스, 스마트, 삼광 등 국내 모든 자전거 브랜드가 아동용 자전거로 BMX를 생산했었다. 당시 BMX의 차종이 50종 가까이나 됐다. 게다가 각 회사마다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위한 선수들도 보유하고 있어서 경쟁이 되기도 했던 적이 있다.

WH BMX를 일반인도 즐길 수 있나? 즐길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야 즐길 수 있나.
일단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사람의 성향도 아주 중요할 것 같다. 당장의 고가의 자전거를 사는 것도 부담스럽고 또 나와 맞는지도 망설여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일단 보라매공원에 있는 자전거를 대여해서 접해 본 후에 ‘괜찮다, 나와 맞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자신의 자전거가 있다면 좀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일단은 어떤 기술을 배우는 것 보다 자유롭고 튼튼하고 구조가 단순한 BMX 자전거만의 매력으로 즐겁게 타보는 게 BMX를 즐기는 시작인 것 같다.

WH BMX 전문 교육 프로그램도 있나.
a:
물론이다. 우리 보라매에서는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직접 강습하는 수준 높은 강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선수들은 수준에 따라 어느 정도 지원을 받는 우리 팀 2진으로 활동 할 수도 있다. 2진은 예비선수층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데, 나이키와 Bear's Bike 등 여러 곳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지원하는 지원품의 일부를 2진들의 개발에 사용하고도 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자전거 중에서도 가장 튼튼하고 간단하며 자유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너무도 매력이 있는 BMX는 젊은이들이 즐기기에 정말 열정적인 문화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BMX를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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