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시입장이 타결된 직후 박지원 문체부 장관에게 보낸 팩시밀리 사본.
IOC 공동입장 제안서는 ‘IOC기와 남북 국기 등 3개를 들고 행진할 것, 단복은 통일, 경기는 별도로, 시상대에서의 국기도 별도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7월 말께 로잔의 IOC 본부에 북한 박명철 체육위원장 명의의 답장이 도착했다. “쌍방의 기를 동시에 들고 가는 것은 어색하다. 그것은 분단을 고정한다고 볼 수 있다.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당시 사용한 한반도기를 들고 가자”는 수정 제안이었다. IOC에서 내게 의견을 물어와 “좋다”고 했다. 나는 IOC 집행위원회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시드니에 도착했다. 북한 장웅 위원은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직전에 임원 3명과 함께 왔다. 장웅 위원은 공항 도착 성명에서 “아직 시간이 있다. 지바 대회 때도 복잡한 문제를 하루 만에 해결했다 ”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마란치 위원장과 나, 그리고 장웅 위원이 3자 회담을 했다. 장 위원은 “남북 어느 쪽이든 메달을 딸 경우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국가 대신 아리랑을 연주하자”고 제안했다. 사마란치는 “올림픽헌장에 비추어 전례가 없고 기술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3개월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사마란치와 나는 일단 동시입장만 하자고 설득했다. 장 위원은 “원칙적으로 좋다. 양국이 50명씩 선발해 입장하자”고 해서 나는 “한국대표단이 400명에 가까운데 50명은 너무 적다. 수를 더 늘리자”고 했다. 같은 수로 할 경우 우리 선수단에서 많은 인원이 제외돼 문제가 생길 게 뻔했다.
사마란치가 양쪽 인원을 100명씩 할 것을 제안했다. 북측은 평양에 연락을 하더니 ‘명칭은 코리아, 국기는 한반도기, 경기는 별도로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우리 정부에서 ‘무리해서 할 필요 없다. 그만두라’는 전갈이 올 정도였다. 사마란치도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그러나 회담 마지막 날, 북측이 “김 회장의 그간 노력과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서 저희가 양보하기로 했습니다”며 공동입장을 받아들였다. 입장 인원은 90명씩 하자고 하면서 북한선수단이 65명밖에 안 되니 평양에서 20명을 급조해서 보내야 한다고 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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