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법원과 검찰의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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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연 새로운 인신구속제도의 시행으로 형사소송절차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가.아니면 법조대란을 예고하는 것인가.구속영장 실질심사제를 시행한지 2개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법조대란의 조짐을 동반한 인신구속제도의 혁신적 변화라고 특징지을

수 있겠다.지난해 까지 구속수사의 관행이 불구속수사의 원칙으로 자리잡아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법치주의 실현의 첫발을 내디딘 반면,서로 협조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법원과 검찰이 판사회의나 검사회의를 통해 상대의 잘못만

을 지적하면서 감정적 대립의 일단을 표면화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치권력에의 예속이라는 비난을 받는 기관이 국민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려는 노력보다 힘겨루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건 국민에겐 또다른 실망이다.지금 법원과 검찰은 지난날 부당하게 구속돼 모든 것을 잃어버려야

했던 수많은 피의자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하며 자숙해도 모자랄 판이다.

양 기관의 갈등이 표면화된 직접적인 계기는 피의자신문을 위해 법원에 구인된 피의자를 영장발부를 결정하기까지 구치소에 유치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검찰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한 사건이다.그러나 애당초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의 도입논의

때부터 줄다리기는 있었다.인신구속과 관련해 주도권을 행사하던 검찰이 법원의 통제를 받아야 하니 반발이 거셌다.법치국가적 요청인 무죄추정원칙과 이에 기초한 불구속수사및 재판의 원칙을 망각하고 영장청구와 발부를 거의 자동적으로 행하면서

동반자관계를 유지해오던 법원과 검찰이 긴장관계로 변하게 되니 불편했던 것이다.

이제 늦게나마 법원이 포기했던 권한을 되찾으려 하자 검찰은 자기

권한이라며 돌려달라고 압력을 가한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형집행권을 행사하지 않은 공백상태도

있었다.이러다가 제도 자체가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점진적인

실시로 선회하는 방안이 검토될까 우려된다.검찰이 원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피의자 신문을 예외적으로 해야 한

다든지,수사인력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병확보 없는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법치국가를 표방하는 한 시행되고 있는 바람직한

인신구속제도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붙여서는 안된다.구속은 죄를 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개인의 자유를 가장 심하게 침해하고 방어권행사를

방해하는 강제처분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기본권보장을 통한 법치주의 실현은 어느 누구에게만 주어진

임무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다.이를 위해 수사기관은

과거 효율성에 치중한 형사사법의 운용에서 한걸음 물러나 개인의

기본권보장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하며,법원은 과거 소극적이었던 개인의 기본권보장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껴 형사사법의 효율성을 무시한채 새로운 인신구속제도를 운용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필요하다.

양 기관이 각자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모임을 통해 흠집내기와

비난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함께 모인 자리에서 대화해야 한다.법원의

불공정한 영장기각사례를 수집,공개하겠다는 검찰의 으름장에 법집행력이

없는 법원이 법정경찰대의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식의 감정대립이어서는 안된다.구속남용의 사법적

통제로서 기능하는 바람직한 제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문제점보완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임의적으로 규정된 피의자 신문,구인된 피의자의 신병관리,야간에는

피의자신문기회가 없는 문제,초동단계에서 수사기관의 신병확보

방안,법원의 신속한 영장발부결정등 입법적 미비점과 운용상의 개선점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검찰과 법원은 적법

한 절차를 거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이로써 적정한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한몸임을 늘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하태훈 <홍익대교수.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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