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만큼 교내외 사회봉사 - 문일高 작년부터 실시 학생.학부모 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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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금천구시흥동 문일고교(교장 金光泰)가 벌금 천국이라는 싱가포르식 자치형태를 학생 생활지도 방식으로 채택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에선 교문으로 출입하지 않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50만원 벌금이다.어른에게 인사하지 않으면 인근 유치원으로 보내져 2시간동안 기본소양교육을 받아야 한다.엉덩이에 바지를 걸치고 질질 끌고다니는 힙합스타일등 복장이 불량하면 벌금 1

0만원이다.

그러나 정작 벌금을 받아낸 적은 한번도 없다.법원의 사회봉사명령제를 접목시켜 벌금 대신 주로 교내외 사회봉사를 시키기 때문이다.

위반자는 고아원이나 양로원.장애아복지시설등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학교 교정 청소.캠페인등을 벌이도록 하고 봉사의 종류에 따라 시간당 5만~10만원씩 감해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문일고는 올해 아예 입학생에게 벌금 내역이 적힌 각서를 받았다.이 제도 시행뒤 학생들의 처벌을 결정하는 학내선도위원회가 한번도 열리지 않아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10일 휴지를 교정에 버렸다가 50만

원에 해당하는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화단을 가꾸던 李모(16.1년)군은“처음 각서를 쓸때는 황당했는데 직접 체험을 통해 잘못을 돌아보며 땀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물질을 잣대로한 교육이라는 비판도 쏟아졌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교사들은 모두 만족해 하고 있다.이 학교 정원근(鄭元根.45)교사는“봉사와 땀의 의미를 일깨우는 유도형 생활지도를 고안하다 돈에 민감한 세대라는 점에 착안,이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학부모인 정경혜(鄭景蕙.46.주부)씨는“서약서 내용을 알고 나서 처음엔 놀라고 걱정도 됐지만 아이가 예의바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학교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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