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진입 막으려 다리 폭파- 한경환특파원 알바니아 티라나시 르포 2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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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왜 우리가 무기를 버려야 하느냐.무기를 버리고 항복해야 하는 것은 정부군이다.”

“베리샤가 피라미드 회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으니 그가 우리 돈을 물어내야 한다.”

5천여명의 중무장한 시민들이 정부군의 급습을 우려해 밤새 파수를 선 알바니아 남부 사란더시.

시민들은 6일 밤 대통령과 10개 야당 지도자들이 합의한 48시간 동안의 군사작전 중지와 무기 자진반납에 대해 코웃음치며“한마디로 사기극”이라는 반응이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군의 사란더시에 대한 기습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시 외각으로 통하는 다리를 중장비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채 독자적인 시정부를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이미 중화기로 무장한 시민군과 정부군간에 한바탕 충돌이 있었던 블로러에선 시민들의 반응이 한층 더 격앙돼 있었다.

블로러 시민군의 한 대변인은 티라나에서 가진 전화통화를 통해 “베리샤가 야당과 광범위한 연정을 구성하지 않는한 우리는 이번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베리샤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조만간 전열을 정비해 수도 티라나로

쳐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그리스 언론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6일 기로카스터르를 장악했으며 정부군의 접근을 막기 위해 그라프쉬의 교량 하나를 폭파시켰다고 밝혔다.

사란더.블로러 지역의 시민들은 현재 피해 보상과 선거를 통한 새정부 구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블로러 시민지도자단체는 7일 총선일자를 확정하고 마을 주변의 정부군이 철수하며 총선관리 내각이 구성돼야 총기를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알바니아를 방문중인 유럽위원회 대표단은 살리 베리샤 대통령.야당지도자들과 만난 뒤 이날“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새 거국내각이 선거법과 헌법의 개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조만간 총선이 실시될 것

임을 시사해 사태해결의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한편 티라나시 중심지 오이로파 파크호텔등 외신기자들이 몰려있는 지역에는 매일같이 남부 소요지역의 무장 시민단체와 연계된 인물들이 외신기자들에게 현지의 사정과 소식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해주고 있다.비록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4명 이상만 모이면 가차없이 해산시키고 집권 민주당의 기관지와 국영방송 TVSH외엔 언론활동을 사실상 중단시켰지만 남부지역의 소식은 각종 채널로 속속 전달되고 있었다. [티라나=한경환 특파원]

<사진설명>

탱크에 올라탄 반정부 시위대원

알바니아의 반정부 무장시위대원들이 6일 탱크를 타고 무정부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사란더시 부근 델비나마을을 지나가고 있다.이들은 무기를 반납하고 투항하라는 알바니아정부의 권유를 묵살하고 계속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델비나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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