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상 수상자 에너지 장관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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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추

미국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환경 분야 고위직 진용이 공개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에너지장관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60)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소장을 내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계인 추 에너지장관 내정자는 1997년 레이저로 원자를 가두고 냉각하는 방법을 개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상원에서 인준되면 첫 노벨상 수상 장관이 된다.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벨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구온난화에 맞설 대체 에너지, 특히 자동차에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 에탄올을 활용하는 기술과 에너지 효율 빌딩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해 왔다. 지난해 한국 경원대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의 명예원장 겸 명예교수로 위촉되기도 했다.

오바마는 6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밝힌 ‘신뉴딜 구상’에서도 에너지 효율 증대와 국가 인프라 투자, 교육 시설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에너지 효율 기술에 관한 최고 전문가인 추 소장이 이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바마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 진보센터(CAP) 대니얼 와이스 수석연구원은 “오바마가 추 소장을 선택한 것은 과학에 반대되는 입장을 취했던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완전 결별하겠다는 뜻”이라며 환영했다. 부시 행정부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과학자들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무시했으며, 줄기세포 연구도 반대하는 등 과학자들을 홀대해 왔다.

에너지와 환경, 기후 문제에 대한 정책 조율을 총괄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될 백악관 ‘에너지 차르’(신설)에는 캐럴 브라우너(53)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선임됐다. 브라우너 전 청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EPA 청장을 8년간 역임했다. 저이산화탄소 대기환경 보호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브라우너가 환경·에너지·기후 분야 감독 책임을 맡게 됨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위한 대규모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전했다.

백악관 산하 ‘환경의 질 개선위원회’(CEQ) 위원장에는 낸시 서틀리 로스앤젤레스 부시장, 환경보호청 청장에 뉴저지주 환경보호청 커미셔너를 지낸 흑인 리자 잭슨이 각각 내정됐다. 서틀리는 동성애자, 잭슨은 흑인이다. 이날 공개된 인사들은 모두 환경 보호와 대체 에너지 개발에 목소리를 높여온 사람들이다.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이 친환경 최우선으로 전환될 것임을 보여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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