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예술의전당 화재 진짜 책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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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7월, 예술의전당(이하 전당)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무대팀과 대관팀을 하나로 합쳤다. 사실 두 부문은 공연장이란 큰 틀로는 묶을 수 있지만 업무는 전혀 다르다. 무대 일이 꼼꼼한 세트 관리, 안전성 체크 등 ‘발품’을 필요로 한다면, 대관은 최근 공연계 흐름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하다. 무대 인력의 대폭 감소, 기술 책임 관리에 대한 내부 갈등이 커지면서 “현장을 떠나 책상에만 앉아 있으란 말이냐”며 무대 스태프의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무대 스태프 몇 명은 딴 부서로 발령이 났다. 개관 이후 20년간 전당 무대를 책임져 온 베테랑들이었다.

그리고 몇달 뒤.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공연 도중 화재가 났고, 무대는 잿더미로 변했다.

12일로 전당 화재 1주년을 맞는다. 지금 오페라극장은 ‘호두까기 인형’을 위한 임시 개관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수사팀의 성과는 없다. 화인은 오리무중이다. 처벌된 사람도 없다.

그래서 아쉽다. 당시 조직 개편이 제대로 됐다면, 위기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숙수가 있었다면, 불이 그토록 크게 번졌을까. 핵심인력이 빠진 어설픈 아웃소싱과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홀대가 화재의 진범은 아닐까.

“초동 대처에 미흡했다”는 건 전당 내부에서도 인정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구체적이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들 쉬쉬한다. 왜냐하면 화재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전당’이기 때문이다. 화재의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할 전당 고위 인사들이 화재 복구도 책임지고 있다. 그러니 화재의 근원을 들추기 보단, 유야무야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전당은 현재 또 다른 조직 개편을 준비중이다. 사장 밑에 사무처장을 신설해, 사장은 외부 협찬에 주력하고 사무처장이 내부 살림을 책임지게끔 만들려고 한다. “중간 간부는 솎아내고 임원을 늘려 옥상옥을 만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전당은 밀어붙일 태세다. 1년 여 전 섣부른 조직 개편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오페라극장 복구에는 260억원이 들어간다. 이중 150억원이 세금이다. 마침 유인촌 장관은 지난달 26일 산하 기관장 회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예술의전당에 불이 난 것은 직원들이 나사가 풀려서 생긴 일인데 아직까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그렇다면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종기는 정확하게 도려내야 다시 곪지 않는다. 혈세를 쓰는 책임의 막중함을 유 장관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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