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베를린장벽 넘다 총격 사망 페흐터君 사건 뒤늦은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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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62년 수백명의 서독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베를린 장벽을 넘다 동독 국경수비대의 총격으로 사망,전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페터 페흐터(당시 17세) 사건이 뒤늦게나마 법정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페흐터는 베를린 장벽 설치 1년 뒤인 62년 8월17일 친구와 함께 찰리 검문소 근처 장벽을 넘다 동독 수비대의 총격으로 엉덩이에 총상을 입은 뒤 장벽과 철조망 사이에서 주독(駐獨)미군과 독일 경찰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다 피를 너무

흘려 50분만에 숨졌다.미군은 당시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도움을 거부했으며 중립지역에 들어갈 수 없는 독일 경찰과 시민들은 죽어가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고후 분노한 서베를린 시민들은 미군을 규탄하는 대대적인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세계 언론은 '땅에 떨어진 미 주둔군의 도덕성'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당시 총격을 가해 살인혐의로 기소된 동독 국경수비대원 2명은 3일 열린 첫번째 공판에서 35년전 행동을 후회한다고 말했다.롤프 F(61)와 에리히 S(55)로 알려진 두 수비대원은“규정에 따라 총을 쏜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사진설명>

62년8월17일 베를린장벽을 넘다 총에 맞아 사망한 페터 페흐터(↙)를 동독국경수비대와 서독경찰이 후송하고 있다. [베를린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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