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왕궁을 고아원으로 작은집으로 이사하는 후세인 요르단 국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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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븐 탈랄 후세인(62) 요르단국왕이 자신의 왕궁을 고아들을 위해 희사하고 검소한 새 거처로 옮기기로 결정,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그는 영빈관으로 이용하던 알 하세미에궁을 고아원으로 개조하라고 총리에게 특별지시했다.대신 후세인왕은 현거처인 나드와궁을 영빈관으로 사용토록 하고 자신은 암만 외곽의 수수한 집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왕족들의 사치가 당연시 여겨지는 중동의 관습상 이같은 조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의 성품을 잘 아는 측근들도 크게 놀라고 있다.

중동의 선군(善君)으로 알려진 후세인왕이 이같은 단안을 내리게 된데는 최근의 고아원 방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누르(45)왕비를 대동하고 1백80여명의 아이들이 수용돼 있는 한 고아원을 방문,그곳의 열악한 환경에 크게 놀랐다는 것.

고아원 방문 이틀뒤 그는 총리에게 칙서를 보내 하세미에궁 개조를 명령했다.이 칙서에서 그는 “죄없는 어린 것들을 그처럼 형편없는 분위기에서 살도록 내버려둔다면 죽을 때까지 가슴이 아플 것”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구 4백만명에 불과한 소국의 군주인 후세인왕은 그간 친서방 온건노선을 견지하면서도 아랍국의 대의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조절,중동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온 외교의 명수.특히 아랍과 이스라엘간 화해를 주선하는 한편 주변 중동국간의 분쟁 해결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서방과 아랍권 모두의 돈독한 신임을 얻고 있다.지난 53년 18세의 나이에 즉위한 이후 수십차례의 쿠데타와 암살위협을 극복,'사막의 전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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