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에드우드' 전설적 컬트 영화감독 일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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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온통 영화에 빠져 있다.컬트영화가 담겨 있는 비디오테이프는 대학생들에게 전공을 불문하고 주요 텍스트가 된지 오래다.왜 젊은이들은 컬트영화에 열광하는가.

B급 저예산작품들인 컬트영화는 통념상 세련되지 못하고 지저분하고 값싸게 보이지만,평소 꽉 짜인 틀에 숨막혀왔고 기성의 제도에 불만을 품고 있는 매니어들에게 통쾌한 환희를 맛볼 수 있게 해주고 그들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상상의 세계

로 인도해주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컬트영화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미개봉작'에드 우드'(브에나비스타)는 이러한 컬트영화의 마력을 설명하는 또 다른 컬트영화가 됐다.

최근 인터넷에서도 광적인 팬들이 들끓고 있는 에드 우드는 50년대엔 최악의 졸작만 만드는 형편없는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B급 서부영화와 싸구려 공포물,만화책과 펄프 픽션에 파묻혀 자라온 에드 우드는 아무런 기반도 없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뛰어들지만 관객.비평가.제작자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해괴한 작품들만 만들어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그러나 그의 영

화에 대한 열정으로 헤어나오기 어려운 장벽에 부닥쳐서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예술가의 혼이 발산된다.

게다가 여장(女裝.transvestism)의 기벽이 있는 에드 우드는 자신의 버릇처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한 캐릭터들을 찾아내고 해괴한 내러티브를 구성한다.그의 기벽은 예술적 상상력을 무한히 자유롭게 해주는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다.

에드 우드는 평생 12편의 영화에 손을 댔지만 대부분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있다.시사회때마다 야유와 팝콘 세례를 받았던 에드 우드는 그러나 최근들어 기상천외의 상징적인 내러티브 구성과 천재적인 촬영감각등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재능을 완전히 인정받은 팀 버튼 감독이 열정적으로 에드 우드를 흑백화면에서 재생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대답은 영화에서 에드 우드와 최고의 감독 오슨 웰스가 만나는 장면에서 나온다.

26세의 나이에'시민 케인'이라는 걸작을 만든 오슨 웰스를 추앙해온 에드 우드는 그에게서 결정적인 격려를 받는다.

'영상은 누가 뭐래도 감독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고 영화를 위해 제작자들이나 주변의 취향과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것.

'에드 우드'를 통해 결국 팀 버튼 감독이'가위손''유령수업''배트맨'등에서 왜 컬트영화적 요소를 담게 됐는지를 설명하려 한다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에드 우드'에서 주연한 조니 뎁과'드라큐라'배역의 원조로 벨라 루고시로

나오는 마틴 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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