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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아무래도 이상하다.철문은 닫혀 있는데 현관문 자물쇠가 뜯겨있다.방안에 누가 들어온 흔적은 분명히 있는데 서랍을 뒤적이거나 물건을 훔쳐간 흔적은 없다.

송원지는 장롱 서랍을 몇번 열어 확인해보기도 하고 경대 서랍을 열어보기도 하였으나 역시 물건을 훔쳐간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장롱 서랍 깊숙이 감추어둔 귀금속 몇가지도 그대로 있고 은행 통장들도 가지런히 포개져 있었다.

물건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파출소에 신고를 해야 하나.신고를 하면 오히려 오라가라 귀찮을 수도 있으니 그만두자.그 대신 주인한테 말하여 현관문을 튼튼한 새시문으로 바꿔 달라고 하자.나무문에다 자물쇠를 바깥에서 채워놓으니 마음만 먹

으면 금방 뜯어내고 들어올 수 있지 않은가.

원지는 옷을 갈아입을 여유도 없이 주인집 대문으로 돌아가 주인 아주머니를 찾았다.

“아주머니,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온 거 같애요.근데 희한하게도 물건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냥 갔어요.”

원지가 현관문을 밀고 나오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급히 말을 뱉었다.

“주애 엄마,이제 왔구먼.오늘 아침에 난리가 났더랬어.주애 엄마네 집에 좀도둑 두 놈이 들었는데,고물장수한테 걸렸지 뭐야.근데 그놈들이 고물장수를 줘패고 리어카를 엎어놓고 도망을 갔어.그래서 그놈들이 아무것도 훔쳐가지 못했을 거야.

고물장수가'나 죽는다'소리치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왔는데,그때는 이미 놈들이 달아난 뒤였지.고물장수도 많이 다친 것도 아니고 해서 주애 엄마 오면 파출소에 신고하려고 그냥 내버려두었어.어때? 훔쳐간 물건 없어도 파출소에 신고

해야겠지?”

주인 아주머니가 원지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파출소에는 신고하지 않겠어요.그 대신 현관문을 새시문으로 바꿔주세요.보조 열쇠 같은 것은 우리가 달게요.영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이래 가지고는 외출 한번 마음놓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 알았어.진작에 바꿔준다 하면서도 문 한짝 새로 다는데 오십만원은 우습게 나가니 차일피일 미뤘던 게지.집 주인노릇하기가 이래서 힘들다니까.내일이라도 사람 불러서 견적 뽑아보라 그럴게.”

“오늘 당장 해주세요.집에 들어가 있기도 불안해요.그놈들이 왔을 때 마침 내가 외출을 했기에 망정이지 집에 있었으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잖아요.”

“아,알았어.새시문을 단다 해도 그놈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 아무쪼록 함부로 문 열어주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니까.근데 여호와증인들은 왜 그리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고 야단이야? 사람 불안하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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