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부동산펀드 리스크 꼼꼼히 살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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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펀드 투자의 위험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모든 위험은 가격 하락으로 현실화되지만, 당장 인식할 수 없는 투자 위험도 존재합니다. 숨어 있는 위험으로 대표적인 것이, 유동성(혹은 환금성) 위험과 신용 위험입니다. 이런 위험들은 주식펀드보다 채권펀드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용경색이 격심하고 이로 인해 실물경기가 가라앉은 요즘 같은 때에 더욱 주의해야 할 투자 위험에 해당합니다.

주가연계펀드(ELF)에 이어 아파트·리조트 등 부동산 건축 관련 대출채권펀드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에 실패한 일부 대출채권펀드가 상환 기일을 연기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대출채권펀드는 시행회사에 부지 매입비 등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채권펀드와 다른 것은 아파트 등의 분양률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몇%의 추가 수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일부 펀드는 이 정도의 추가 수익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시행 수익에 연동한 수익을 받는 펀드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대출채권펀드들의 만기 상환 수익률을 보면 천차만별입니다. 평균적인 대출채권펀드의 상환 수익률은 연 7~9%이나 일부는 273일 만에 21%의 수익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모두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현재 운용 중인 공모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 중 만기가 1년 이내인 펀드는 12개 9800억원 남짓입니다. 이 중 정상적 만기 상환이 불투명한 펀드가 7개 83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액 기준으로 조사 대상 펀드의 8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만기에 정상적인 상환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손실을 본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동산 펀드는 대부분 건물 부지를 담보로 잡고 있는 데다 분양 대금에 대한 선순위 채권을 확보한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분양에 실패한 펀드들은 자금 사정이 좋은 다른 금융사업자에게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나 쉽게 성사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담보로 잡은 부지를 매각해 원리금을 회수해야 하나 부지 매각 대금이 채무총액에 미달하게 되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부도를 맞아 빚잔치를 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수익이 높으면 투자 위험도 높다는 이 말은 투자의 세계에서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럼에도 연 7~9%의 수익을 기대했던 부동산 대출채권펀드 투자자들이 직면한 손실 현실은 기대했던 수익에 비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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