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高학생 무더기 전학- 학생부로 대입불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상대평가를 하는 학교생활기록부 도입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산출하는 비교내신제 폐지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불리하다며 국회청원.헌법소원 제출등 집단행동을 해온 외국어고의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이번에는 집단 전학 움직임을 보이고 있

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대원외고 2학년 진급예정인 학생 10여명이 지난달말 전학한데 이어 2학년 학부모 1백여명이 개학일인 3일 자녀의 전학을 신청할 예정이다.

학부모 대표인 박영숙(朴瑛淑.45)씨는 2일“학부모 1백여명이 1학년말부터 전학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이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며“3일 오전 학교 대강당에서 학부모 총회를 열고 전학문제와 관련한 학교측의 설명을 들은뒤 단체로 전학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2학년 학부모 6백여명 가운데 5백여명이 朴씨에게 전학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며,당장 전학을 희망하는 1백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부모는 헌법소원 결정등 사태추이를 지켜본뒤 행동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朴씨는 말했다.

대원외고측은 현재▶부모의 지방 전근▶집안형편상 일반고보다 두배나 많은 학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건강상 이유로 외국어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기가 벅찬 경우에 한해 전학을 승인하겠다며 학부모들을 설득중이다.

하지만 전학을 승인해줄 수밖에 없어 대규모 전학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외국어고 학생의 경우 별도의 시험을 거쳐 입학하긴 했으나 본인이 희망할 경우 거주지 이전과 상관없이 전학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한영외고도 지난달 2학년 진급예정 학생 10여명이 이미 전학한데 이어 이번 학기초에 20~30명이 추가로 전학할 것으로 알려졌다.한영외고 2학년 학부모 1백70여명이 학부모 대표에게 전학신청서를 제출해 놓고 있다.

한영외고측은 전학 희망자들과 상담후 대부분 승인해주고 있다.명덕외고도 영어과를 중심으로 20~30명이 전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집단 전학 움직임에 따라 외국어고 운영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대원외고 최원호(崔源虎)교감은“학부모를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학교로선 학생을 잡아둘 명분이 없다”며“학생들이 집단으로 빠져나가면 교사수급.학교시설.예산편성등

학교운영 전반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