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증권거래법 내용과 전망-규제풀린 M&A시장 새바람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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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오는 4월1일부터 개정 증권거래법의 시행에 따라 대량 주식소유를 제한해 왔던 200조가 폐지됨으로써 M&A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한편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단서조항도 함께 강화되는 바람에 M&A 시장의 향방을 점치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국내 M&A 시장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종합 진단해 본다. [편집자註]

종래에는 남의 회사 주식을 10% 이상은 매입할 수 없었으나 오는 4월부터 이 규제가 없어짐에 따라 무제한으로 사들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것만 보면 M&A 시장은 본격적으로 날개를 단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단서조항을 하나 달았다.

다름 아닌'강제공개매수'제도 도입이다.25% 이상의 주식 지분을

사들이려면 반드시 총발행 주식수의 과반수를 공개적으로 사도록 되어

있다.

이를테면 25%를 넘겨 주식을 장악하려면 50%를 넘겨야 하고 그것도

공개매수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매수란 장외에서 공개적으로 10명 이상의 주주로부터 5% 이상(기존

보유분 포함)의 지분을 사 모으는 적대적 M&A의 한 형태로 매수가격은

최근 1년간 장내.장외에서 거래된 가격중 최고가로 정해진다.

보완장치 여러겹 마련

이같은 강제 공개매수제도는 물론 대주주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다.거래법 200조가 폐지되면 대주주들의 경영권이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돼 이를 보호해주자는 취지다.

또한 주총 특별결의만 얻으면 강제 공개매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까지 붙여놓아 기존 대주주들을 보호하고 있다.

결국 개정증권거래법은 M&A에 대한 규제를 푸는 대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완장치를 여러겹으로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상대방 몰래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집어삼키는'기업사냥'식의 M&A는 앞으로 크게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위임장 대결 인기끌듯

또한'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넓히는 바람에 인수세력들이 쪼개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지금보다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인수.합병 자체가 현행보다 어려워진다고는 볼 수

없다.자금력만 충분하면 비록 50% 이상의 강제 공개매수 조항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소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수주주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경영권 장악은 어렵겠으나

거대한 외국자본이나 국내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규제를 피한 우회적인 방식들이 새롭게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강제

공개매수를 피하기 위해 대상 회사의 영향력 있는 주주와 공동보조를

취하는'의결권계약'또는 의결권 행사를 위임받는'의결권대리행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소액주주로부터 위임장을 확보해두었다가 주주총회때 이들의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위임장 대결'도 새로운 M&A 방식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 경우 25%까지는 주식을 직접 취득하고 25% 이상 과반수까지에 대해선

위임장을 수집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환공개매수'도 눈길

지난 13일 있었던 한화종합금융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다툼의

양대세력들간에 국내 최초로 위임장 대결이 벌어졌었다.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25%를 확보한 후 그 이상에 대해선 이

증권으로 대신 지급해 자금부담을 줄이는'교환공개매수'방법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25%까지 매수할 때도 개별 교섭을 통해 10명 미만의 주주로부터 4.9%씩

쪼개 분할매입해 최고가 지급의무가 적용되는 공개매수를 피해가는 방법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자금을 충분히 조성하는 인수.합병 전문회사가 나서 직접 M&A를

시도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서명수 기자〉

<새로운 m&a 방법들>

^우호세력으로부터 의결권 행사를 위임받는'의결권 대리행사

계약'체결하기

^소액주주들에게 위임장을 권유해 의결권을 확보해둔 다음

주총에서'위임장 대결'하기

^지분 25%를 확보한후 그 이상에 대해 현금 대신 보유 유가증권으로

지급하는'교환공개매수'하기

^25%까지 매수시 개별 교섭을 통해 10명 미만의 주주로부터 4.9%씩 분할

매입해 공개매수 피해가기

<사진설명>

오는 4월1일부터 강제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는등 개정 증권거래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큰 변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은 증권사들이 몰려있는 서울여의도 신 증권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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