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권 경제.大選등 산넘어 산- 고건 내각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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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건(高建)내각'의 출범이 확실시된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한 그의 총리지명을 의심하는 관측은 거의 없다.국회의 임명동의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내각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현재 명지대총장인 고건씨가 金대통령의 간곡한 제의를 받고 고심한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새 내각의 과제중 첫번째로 꼽을 부분은 金대통령의 종반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쉽지 않은 일이다.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독점한 가운데 기세 좋게 출발한 취임초나 각종 개혁의 여세를 몰아 정국주도권을 장악해 나가던 임기 중반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새 내각은 우선 이달부터 노동법파동 마무리,임금투쟁,예상되는 대학 개강 이후의 학원시위등을 처리해야 한다.자칫하면 국정전반이 표류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3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마당이

니 전력을 기울여도 결과를 장담키 어려운 것이다.

두번째는 많은 이들이'남미 재판(南美再版)'으로까지 우려하는 경제문제의 해결이다.그러나 바닥을 헤매는 경제가 회복될 전망은 별로 서지 않는다.더구나 필요한 경제시책을 운용하는데는'악재'일 수밖에 없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세번째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 어렵다는 점이다.이는 국민의 박수나 환호를 받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 된다.파티는 끝난 것이다.새 내각이 입을 옷은 연미복(燕尾服)이 아니라 작업복이다.역시 정부에 몸담기를 주저케 하는 원인이 됐을 것이다.

네번째로 대선을 관리해야 한다.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아무리 공정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야당과 그 지지자들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만일 그렇게 되면 그때는 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게 분명하다.잘해야 본전도 못 찾

는 이 일을 새 내각은 해야 한다.

끝으로 여권 내부에서의 원만한 관계유지다.이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다.앞으로 대선후보 결정과정에서 여권내부는 큰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이 파장은 내각에까지 미치게 되고 새 내각이 잘못 대처할 경우 국정은 혼선에 빠진다.새 내

각은 신한국당의 후보결정을 지원하면서 공무원의 줄서기 방지등 집안단속을 해나가야 한다.

金대통령의 권위와 여권 장악력이 약해지면 질수록 이같은 여러 과제들을 새 내각이 수행하기는 더욱 어렵게 될 전망이다.새로운 골칫거리가 추가될 소지도 충분하다.과거 낙점식으로 이뤄졌던 개각과는 달리 金대통령이 두세차례에 걸쳐 高총장에게 총리를 맡아 줄 것을 당부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새 내각이 과연 이같은 책무를 감당해 낼 것인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金대통령의 새 총리 지명은 박두하고 있다. 〈김교준 기자〉

<사진설명>

굳게 닫힌 문

신임총리로 임명이 확실시되고 있는 고건 명지대 총장은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채 3일 저녁 외부와 연락을 끊고 서울동숭동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 〈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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