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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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한 시대의 기억이다. 루벤스의 걸작은 17세기 사람들에게는 동시대의 현대미술이었다.”

빈아카데미미술관 레나테 트르넥(59)관장은 21세기에도 루벤스나 바로크 미술같은 옛 거장들의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류가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보고 알려면 과거에 어떤 미술을 했는지 또한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 나라 미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며 “나 역시 한국의 전통미술을 통해 한국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의 개막식이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빈아카데미미술관 마르티나 플래셔 부관장, 빌헬름 돈코 주한오스트리아대사, 빈아카데미미술관 레나테 트르넥 관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재)세종문화회관 이청승 사장, 한국박물관협회 김종규 명예회장, 씨제이창업투자(주) 신강영 대표이사, (주)지씨디 프로덕션 변선근 대표이사, 커미셔너 클라우스 도나 박사. [김경빈 기자]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식을 한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에 맞춰 방한한 그는 “루벤스는 17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바로크 미술에서 최고의 화가였다. 3000여 점을 남겼으며 벨기에 안트베르펜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서 이름을 날렸다”며 동시대 거장으로서 루벤스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번 전시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할 작품으로 ‘오레이티아를 납치하는 보레아스’(1615)와 ‘삼미신(三美神)’(1620∼1624) 두 점을 꼽았다. 이들 작품은 각각 200억원 상당의 보험가가 책정돼 있다.

루벤스가 활동한 당시 화가들은 일종의 공방을 운영하며 분업으로 대작을 완성했다. 루벤스의 공방은 1년에 35점의 대작을 만들 정도로 활성화돼 있었다. 트르넥 관장은 이번 전시에 나온 루벤스의 작품 19점 가운데 ‘안트베르펜 예수회 교회의 천장화를 위한 5장의 스케치’ 또한 눈여겨볼 것을 당부했다. “제자들과의 분업이 아니라 루벤스가 직접 그린 작품”이라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 나온 바로크 회화 75점은 모두 빈아카데미미술관 소장품이다. 빈아카데미는 1682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를 6세와 그 딸인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설립한 왕립미술학교다.

권근영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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