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재계새별>1.신동방-30돌 맞아 社名변경 그룹화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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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50대 그룹의 경영인맥을 심층 분석한'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이어 이번주부터는 최근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는 중견그룹들의 사업내용과 비전,오너의 경영철학등을 다각도로 조명해보는 새 시리즈'떠오르는 재계 새별'이 주1회 연재됩니

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註]

'IDEA! 내가 생각하면 신동방이 움직인다''3+3=6,3×3=9''JUMP

UP,한사람의 제안이 재도약의 디딤돌'-.

'해표식용유'로 널리 알려진 신동방(전 동방유량)의 서울양평동 본사

사무실 곳곳에 요란스러울 정도로 붙어있는 포스터 내용들이다.3더하기

3은 6이지만 곱하기를 하면 9가 되듯 임직원들 모두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하고

각종 아이디어를 내보자는 뜻이다.*** “고정관념 벗어나자”

바지를 벗어내린 남자의 하반신 그림과 함께'고정관념을 벗어버리자'는

표어도 붙어있다.건물 바깥엔'New Action 20'이라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효율을 20% 높이고 낭비는 20% 줄이자는 뜻이다.사무실 바로 옆

물류

창고로 사용하던 부지엔 사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2월28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회사이름을'동방유량'에서'신동방'으로 바꾸며 제2창업을 선포한 뒤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동방은 창업이래 줄곧 식용유등 식품업을 고집하며 보수적인

사풍(社風)을 지켜왔다.11개 계열사가 있지만'관계사'로만

부른다.그룹이라는 말도 사용하지 않고 재계 순위도 따지지 않는다.지난해

매출액은 9천1백52억원,올해 목표는 1

조2천억원이다.

신동방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90년대 들어 동방페레그린증권과

해표유니레버를 설립해 사업다각화에 나서면서부터.11개의 관계사중

절반이 넘는 6개사를 90년 이후 설립.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사명을 바꾼 것을 기폭제로 본격적인'개혁'에

나섰다.안으로는 의식개혁및 경영체질 개선,밖으론 미래형 신규사업

발굴및 투자가 주요 내용이다.

신명수(申明秀.56)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초 제일제당 사장 출신의

전문경영인인 김정순(金正淳.58)부회장을 영입했다.

신규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지난해초 조직을 개편해 부회장

직속의 21세기기획단을 신설했다.여기서는 국내외 신규사업 발굴을

담당한다.머지않아 이뤄질 그룹 출범에 대비해 기획조정실내에 관계사

운영팀도 만들었다.

회사의 21세기 비전도 발표했다.지난해 상반기에 실시한

자산재평가에서는 1천66억원의 재평가차액이 발생해 자본금이 종전의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의약품도매회사인 에스유를 설립하고 건풍제약을 인수했다.12월엔

양평동에 99년초 완공 예정으로 20층규모(연면적 7천8백평)의 신규사옥을

착공했다.유통업에도 진출해 오는 5월 식당용 식자재 전문 할인매장

두곳에 이어 6월엔

서울목동에 하이퍼마켓을 개점할 예정이다.

신동방은 그러나 90년대 들어 유명세도 많이 탔다.90년 申회장의 장녀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아들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으며,95년의

비자금사건때는 어려움도 겪었다.

모기업인 신동방은 대두유와 대두박등을 주로 생산하는

식품회사.식품원료등으로 널리 사용되는 전분당과 사료.고춧가루도

생산한다.

다국적기업인 유니레버와 50대 50 비율로 합작설립한 해표유니레버는

신동방에서 만든 제품과 유니레버의 생활용품 판매를 담당한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은 92년 국내 처음으로 외국증권사와의 합작으로 설립된

증권사.신동방 출신 임직원이 1명도 없는 게 특징이다.

신동방의 창업주인 신덕균(申德均.88)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89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부터 사내에서'큰회장님'으로

불린다.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부산과 서울을 오가면서 아들들의

경영 조언에 응하며 지낸다.요즘은

부산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탄탄한 자금력 바탕

신명수 회장은 74년부터 동방유량사장을 맡아 오다 89년 회장에

취임했다.부친의 영향으로 신용과 정직을

중요시한다.임직원들에게“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늘 강조한다.합리적인

성품에 판단이 빠르다는 평을 듣는다.독서도 많이 한다.

그러나 대외활동에는 잘 나서지 않으려 한다.곡물수급및 영업에 특히

관심을 갖고 경영해 왔다.지난해부터는 신동방의 실무를 대부분 김정순

부회장에게 일임하고 증권쪽 일을 많이 챙기고 있다.

김정순 부회장은 삼성에서 32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영입됐다.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로 곡물 수급에 밝다.최근 신동방의

경영혁신과 신규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동방에는 최근 많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명예회장시절 사업을 벌이지

않고 한 우물을 파오며 쌓아둔 탄탄한 자금력이 변화의 바탕이 되고 있다.

조만간 그룹으로 정식 출범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회사

고위관계자들은“아직 준비가 덜됐지만 언젠가는 그룹화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유규하 기자〉

(다음은 대성그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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