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앞장선 민노총, 비정규직 해결 요구 안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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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임금을 낮추지 못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만 하는 것은 립서비스다."(배일도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전 서울시지하철노조 위원장)

"대기업 노조가 이기심을 절제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덕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서경석 경실련 중앙위의장)

"임금인상은 민주노총 주도로 이뤄졌는데 이제 와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순이다."(최영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 노조의 반성과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 신문 '업코리아(www.upkorea.net)' 주최로 24일 열린 비정규직 문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은 상당 부분 노동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노조 문제 있다'=노동운동가 출신의 배일도 당선자는 "대기업 노동자가 비도덕적으로 행동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올리면 대기업은 하청업체 단가를 낮추고 이는 결국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裵당선자는 "정부는 포퓰리즘에 이끌려 이를 방치 내지는 조장한 셈이 됐다"고 비난했다.

서경석 의장도 "민주노총이 과도한 교섭력을 발휘해 임금을 상승시킨 것이 비정규직이 양산된 이유라면 민주노총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오히려 국민 앞에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침묵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최영기 연구원은 "비정규직 노조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를 대변하는 것은 입막음 수준이고 체면유지나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도 미봉책'=裵당선자는 "이번 정부 대책에는 재원 계획이 빠져 있다"며 "그래서 시민에게 부담을 시키면서 노동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지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徐의장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기업을 심하게 압박하면 필연적으로 실업 문제가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아기보기와 같은 일은 인건비가 싸야 하지만 만일 임금이 정규직처럼 높아지면 아무도 베이비시터를 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 역시 변해야'=崔연구원은 "기업이 먼저 국민을 향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정규직에게 임금을 동결하라고만 하면 노조와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徐의장도 "기업이 전혀 도덕적이지 못하니까 노조의 비도덕적인 부분을 시정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투명해야 노동자에게 '기업이 어려우니 희망이 보일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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