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불황보다 강하다] 5000원 짜리 치킨 원조 … 특허 기술로 가맹점 80여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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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사바사바치킨호프’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세다린 정태환(39·사진) 대표는 한 마리에 5000원 정도 하는 저가형 치킨집의 원조로 통한다. 그는 재래시장에서 가마솥을 걸고 싼 값에 닭을 파는 걸 보고 이걸 현대화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템을 개발한 때는 2000년. 수입농기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수입상에게 사기를 당하고 6개월 동안 공사장에서 막노동으로 번 1200만원을 손에 쥔 직후다.

“군 제대 후 농기계를 팔아 큰돈을 벌었지만 사업 파트너가 16억원을 가지고 잠적해 한순간에 5억원이나 되는 빚을 졌습니다.” 그때가 29세. 그의 식구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들이닥친 사채업자들을 피해 경기도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숨어 지냈다. 잠도 공사장 사무실 쪽방에서 잤다. 악착같이 1200만원을 모은 뒤 더 이상 쫓겨다니는 삶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한 소형 마트 안에 6.6㎡짜리 치킨집을 차렸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를 주는 방식이었다. “싸고 맛있다”는 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서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있자 전수창업을 시작했다. 닭 튀기는 기술을 알려주고 가게를 넘겨주는 식으로 점포당 300만∼500만원을 받은 것. 빚도 조금씩 갚아갈 수 있었다.

2003년에는 서울 중곡동에서 ‘사바사바’라는 브랜드를 걸고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는 사람이 자금을 대고 그는 인테리어·운영·물류 노하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공동 창업했다. 사업이 잘 되자 비슷한 브랜드가 30여 개나 생겼다. 그래서 독특한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사바사바만의 ‘파닭’이다. 제조 기술도 특허출원했다. 지금은 세종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과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지금도 한 달에 800만원 이상을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

그가 자부하는 건 또 하나 있다. 84개 가맹점 중 장사가 안 돼 폐점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두 개 점포는 건물주와의 갈등 때문에 문닫았지만 지금도 새로운 장소를 오픈하기 위해 같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도 특유의 관리시스템으로 잘 견뎌냈다. 그는 매장을 내기 위해 가맹주와 몇 달이고 유동인구·교통환경·주거지 상황 등을 살핀다. 가맹점 매출을 좌우하는 튀김작업을 할 사람이 없으면 5년 이상 실무경험을 쌓은 직원을 본사에서 파견한다. 그의 목표는 가맹점 폐점률 0%를 지키는 것이다. 그는 “가맹점을 많이 모집해 수입을 늘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공사장에서 새우잠 자던 때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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