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 농구스타들 부진에 팬들 야유-프로출범후 기량따라 새 자리매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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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스타는 더이상 응석받이여서는 안된다.'

이름만 가지고도 박수를 모으던 아마추어시대의 스타들이 프로농구 출범이후 달라진 체육관 분위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관중석이 가족단위나 남성팬들로 채워지면서 매 경기 실력으로 박수를 받아야하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아마시절 높은 인기를 누리던 선수들일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 심하다.

대표적인 선수는 대우 제우스의 간판 우지원.22일 기아 엔터프라이즈전,23일 동양 오리온스전에서 쏟아진 팬들의 야유는 우지원이 더이상 오빠부대의 우상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팬들의 태도는 의외로 단호했다.경복고를 나왔다는 회사원 배상준(32)씨는“헐값에 뛰는 용병들이 가지고 놀 정도의 선수가 무슨 스타인가.얼굴만 곱상하다고 스타대접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2~3경기에서 계속된 우지원의 부진은 홈팬들마저 돌아서게 했다.홈코트에서 트래블링으로 역전기회를 놓친뒤“계란을 던지겠다”는 남학생까지 등장했다.

한번 미운털이 박히다보니 전같으면 예쁘게 봐주던 장면에서도 용서가 없다.상대선수에게 부딪혀 넘어진후 조금이라도 누운채 시간을 끌면 팬들은 당장“여학생들 박수좀 듣겠다고…”라며 혀를 차기 일쑤다.

수모는 국내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허재(기아 엔터프라이즈)도 피할 수 없었다.22일 대우전에서 경기종료 직전 우지원에게 돌파를 허용,점수를 내주자 당장에“그정도 기량으로 농구천재라니 한심하다.당장 집어치우라”는 야유가 터져 나

왔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농구전문가들은“프로농구 출범이후 선수에 대한 평가기준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의 매일 경기가 계속되다보니 선수들의 기량평가가 직접적으로 이뤄지고 스타들의 장단점이 훤히 노출돼 새로운 인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진석 기자〉

<사지설명>

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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