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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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과제물에 고통 느끼는 유학생들
미국 동부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뉴욕 플러싱 지역에는 최근 한국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수업을 보충해주는 신종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미국대학으로 유학 간 학생들이 주 고객층. 이들은 영어 실력도 문제지만 미국 대학에서 일반화된 에세이 과제물을 감당 못해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획일화된 교육에 길들여져 자기 논리를 주장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독창적인 생각을 하지 못해 생긴 결과다. 뉴욕파이어학원 사이먼김 대표는 “한국학생들은 주어진 문제만 풀 줄 알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데 매우 서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에게 에세이보다 힘든 것이 사례 발표나 토론수업”이라며“교사의 강의를 노트에 받아 적기에 급급했던 한국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독서량 부족도 성적부진
의 한 축이다. 에세이에 담을 만한 기본 상식조차 크게 부족하다는 것.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기보다 여러 글을 짜깁기해서 과제물을 제출하곤 한다. 김 대표는 “다른 글을 살짝 베꼈더라도 분명한 인용표시가 없다면 미국사회에서는 명백하게 표절로 인정한다. 웬만한 대학에선 표절 문장을 잡아내는 프로그램까지 가동하고 있다”며 “동부의 명문대를 다니던 한인 학생 4명이 서로의 리포트를 베껴 썼다가 적발돼 모두 퇴학당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와 개성을 존중하는 미국 교육 방식
암기식 교육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자주 발생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컴퓨터 수리공에 불과했을 것이며 학력이 떨어지는 에디슨은 실업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한적이 있다. 우리 교육의 한계를 아프게 묘사한 얘기다. 교과부에서 영어교육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수업시간을 늘리고 몰입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존 영어교육의 틀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리적인 시간은 늘어나겠지만, 생활 영어·문법·읽기 중심의 교육방법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심화학습이나 연계수업은 상상조차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담만 주고 있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물론 미국교육이 무조건 표준이고 긍정적이란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생각의 깊이를 넓혀주고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을 존중해주는 미국식 교육의 장점은 한번쯤 깊이 있게 고민해 볼만한 화두를 던져준다. 김 대표는 “미국식 영어교육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며 “언어수단인 영어를 토대로 Schema(지식과 경험)를 습득하고 영어로 표현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미국식 영어 교육을 제대로 구현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영어수업은 교과서와 관련된 문제풀이가 전부인 우리나라 수업에 비해 보다 다양한 연계수업을 받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생각의 속도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하고 읽고 듣고 쓰는 것에 그쳐선 안된다. 고급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말과 글로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영어몰입교육”이라며 “미국 보딩스쿨과 아이비리그 뿐 아니라 유엔과 월가에서도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려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패러다임이 한시바삐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박진용·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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