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협회장 석달째 공석-호텔업계 분리등 위상약화로 추대해도 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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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주도관광협회장 하면 누구나 한번쯤 군침 흘리는 번듯한 자리였다.관광이 제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걸직한 무게가 실려왔기 때문이다.

도의 관광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도지사도 쉽게 만날 수 있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한마디로'제주도의 경제인연합회장'자리라고나 할까.그래서 이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그 위상이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임기도 채 마치기 전에 회장직을 스스로 물러나기도 한다.주위에서 시켜줘도 사양할 정도가 됐다.

벌써 3개월째 주인없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62년 창립된 이 협회는 회원업체만도 3백70여개에 이른다.그러나 호텔업계가 이 협회로부터 분리.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협회내분조짐이 일자 지난해 11월 양재동(梁載東)전 회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해버렸다.

그후 협회는 회장모시기에 나서 지난달 송무훈(宋武勳)전 제주도정책보좌관을 추대했으나 宋씨는 사양해버렸다.협회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협회는 급기야 지난 17일 학계.행정계.의회등 관계자 11인으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회장선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분위기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아니다.

제주도가 이 협회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인 것같다.

도 관계자들은“보조금을 주는데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도는 이 협회의 역할을 대신할 관광진흥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업체들도“회원사의 권익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며 불만이 많다.회비의 대부분을 내는 호텔업계가 지난해 분리해 나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업계가 똘똘 뭉쳐도 살아남기 힘든 관광불황기에 협회가 내팽개쳐지고 있다는 것이다.도가 또다른 예산을 들여 관광진흥원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협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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