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토지계획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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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시 불당동의 체육시설 부지. 사진 뒤편으로 시청사 건축현장이 보인다.

'야구장에 상가 짓고, 물류센터 땅에 아파트 세우고.'

충남 천안시의 토지이용 계획이 오락가락한다. 최근 시는 신축중인 불당동 시청사 옆 체육시설 부지를 상업 및 업무시설부지로 바꾸려는 한편 지난달엔 성거읍 중부물류센터가 유휴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팔 수 있도록 용도변경해 줬다. 시민들은 "명확한 청사진이 없는 천안시 도시개발계획이 이같은 '고무줄 행정'을 불렀다"는 반응이다.

▶ 한치 앞 못보는 도시계획=시는 야구장 등 체육문화시설이 들어설 부지에 갑자기 빌딩 등 업무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추진, 시민들 반발을 사고 있다.

2년전 불당동 원(原)주민들로부터 수용한 4만여평을 새 시청사와 관련된 업무지구로 토지이용 계획을 바꾸려는 것. 시 관계자는 "시민 편의를 위해서는 내년 8월 완공될 시청사 가까이에 상업.업무시설이 필요하다"며 용도변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는 이 지역을 불당2지구 도시개발지역으로 지정, ▶상업용지 4700평▶업무용지 6400평▶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 2만9000평 등으로 도시계획결정을 바꿀 예정이다.

그러나 사회체육단체 및 시민들은 "시가 당초 이 곳에 공공성을 띤 체육시설이 들어설 것을 내세워 토지를 싼 값에 수용한 뒤 이제 택지로 바꿔 팔려는 것은 '땅장사'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며 비난했다.

김호석(41.백석동 주공아파트)씨 등 시민 1300여명은 최근 "시의 뒤늦은 도시계획 변경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당초 목적대로 다목적 구장을 건설하라"는 주장을 담은 건의서를 시에 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청당동에 체육시설 대체 부지를 마련하겠다"며 용도변경 강행 의사를 밝혔다.

▶ 물류센터 빚잔치 도와=지난달 26일 지방 공기업인 중부농축산물 물류센터는 유휴부지 1만6000평을 평당 250만원에 대전의 진안산업에 팔았다.

이 땅은 8년전 유통시설 부지로 주민들에게서 평당 35만원에 사들인 곳이다. 아파트 지을 땅 마련에 혈안이 된 건설사 7곳이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

천안시는 당초 토지 용도인 유통상업지구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근린상업지구로 바꿔줘 물류센터가 비싼 값에 땅을 팔 수 있도록 도왔다. 충남도도 물류센터로부터 받을 돈(30억원)이 있는 터라 용도변경 승인에 적극 협조했다.

결국 물류센터 총 부지 3만9600평 중 41%에 해당되는 넓은 땅이 1999년 설립 초기부터 방만한 운영으로 부실을 거듭하던 물류센터의 빚(370억원) 갚는데 사용됐다.

중부물류센터는 충남도와 천안시.농협이 524억원을 공동 출자해 만든 공기업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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