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연승 '양준혁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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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를 거꾸로 쥐어도 3할은 친다."

프로야구판에서 양준혁(삼성)을 놓고 하는 말이다. 양준혁이 그만큼 뛰어난 타자라는 얘기다.

양준혁을 낮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영양가가 없다"는 주장이다. 양준혁은 1993년 프로 데뷔 이래 딱 한 해만 빼놓고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강타자'의 이미지를 굳혀 왔다. 그러나 지난 11년 동안 세번 팀을 옮기면서 팀을 우승까지 끌고 간 것은 2002년(삼성)이 유일하다. 게다가 그해가 하필이면 2할대 타율을 기록한 유일한 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양준혁에게 '팀 타격엔 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이런 의혹을 완전히 불식하고 있다. 팀의 승리도 이끌면서 자신의 성가도 높이는 '윈-윈 전략'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준혁의 변신은 삼성이 최근 겪었던 최악의 순간에 확실히 드러났다. 양준혁은 지난 19일 삼성이 10연패 탈출을 놓고 기아와 벌인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2점 홈런을 터뜨려 삼성을 구해냈다. 개인적으로도 장종훈(한화)에 이어 둘째로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는 영광스러운 홈런이었다.

연패에서 벗어난 뒤에도 양준혁의 '팀 끌어올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19일 이후 5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 17타수 7안타.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0.412. 이 동안 삼성은 5연승의 콧노래를 불렀다. '(이)승엽이도 없고, (마)해영이도 없는' 삼성에서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홈런 3위(11개).타점 4위(39점)의 좋은 성적이다.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섭섭했다." 한 인터뷰에서 이런 속내를 밝히기도 했던 양준혁은 "이승엽이 자기계발을 통해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새로운 스윙을 익힌 것이 이번 시즌 성공 비결"이라며 "지금의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통산 2500안타(24일 현재 1621안타)를 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다섯살로 삼성의 맏형인 양준혁은 "야구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결혼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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