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잠 깨어난 일본] 2. '日 우수기업 연구' 쓴 니하라 경제산업성 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해 9월 말 초판을 낸 지 일곱달 만에 9판을 찍은 초(超)베스트셀러가 있다.

'일본의 우수기업 연구'가 그 책으로 경제산업성 니하라 히로아키 정보경제과장이 썼다. 요즘 일본 기업 최고경영자의 필독서다.

수더분한 인상에 일밖에 모르는 듯한 40대 초반의 노총각 과장. 그는 4년 동안 휴일과 주말을 이용해 100여개 기업의 기업인 400여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자료를 분석해 이 책을 썼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 경기의 활황에 기댄 수출에 주력하면서 문제를 풀려고 했는데 니하라 과장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미국 기업의 경영 모델을 들여왔지만 실적 향상에 도움이 안됐다. 미국식 모델이든, 아니든 형식을 좇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형태만 모방하는 것은 기모노 입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기업의 본질이 중요하다."

그는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高)가 진행되면서 기업 체질이 크게 변한 15년 동안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의 실적과 같은 업종의 실적이 나쁜 기업을 비교했다.

그 결과 여섯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흔히 우수기업은 첨단 산업계에 있고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은 약할 것으로 보는데 잘못된 통념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을 무모하게 확장하지 않고 우직하게, 성실하게, 자신들의 머리로 제대로 충분히 생각하고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기업이 바로 우수기업이다. "

니하라 과장은 길게 보면서 우수기업이 되려면 자본(돈)과 주주의 감시에 의한 미국식 지배구조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서 고객의 평가를 받고 이것이 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일본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4년 동안 기업인들을 만나고 자료를 분석하느라 결혼을 못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윗분들도 그렇게 말해요"라는 응답으로 대신했다.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양재찬.신혜경 전문기자, 이종태.김광기 기자,김현기 도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