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첨단 '모차르트 홀'…제대로 살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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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클래식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실내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연주자의 표정과 미세한 호흡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울수록, 객석수는 적을수록 좋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 183석짜리 아담한 실내악 전용홀이 문을 열었다. 서초동 대법원과 서울고 사이의 오피스텔 건물 2층에 들어선 모차르트홀이다. ㈜세화기업을 이끄는 김석태(83)여사가 지어 딸인 피아니스트 신수정(62.서울대 교수)씨에게 음악감독을 맡긴 30억원짜리 공연장이다. 객석 크기에 맞먹는 로비에다 대기실.연습실은 물론 자체 녹음시설까지 갖췄다.

천장이 낮고 잔향시간(1초0)이 짧은 편이지만 객석 바닥을 '부양(浮揚)구조'로 설계해 외부 소음을 철저히 차단했고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음색을 자랑하는 파지올리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도 갖췄다.

음향 면에서는 서울 일원동 세라믹 팔래스홀(408석)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연주 도중 사소한 실수까지 귀에 확 들어오게 만들어 철저한 연습과 준비 없인 서기가 두려운 '유리상자'같은 무대다. 사재를 털어 음악계에 선물을 안겨준 김여사가 너무 고맙다.

하지만 첨단 음향시설을 갖춘 모차르트홀의 탄생을 지켜보며 걱정이 앞서는 까닭은 왜일까. 개관 기념공연을 포함해 올해 예정된 기획공연이 7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관 공연만 하더라도 인건비 등 적잖은 운영비가 필요하다. 눈부신 기획공연으로 성가를 높이려면 더 많은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공연장을 짓는 것도 힘들지만 제대로 운영하기는 더 어렵다.

모차르트홀의 건물주인 세화기업이 몇몇 공연기획사를 불러 위탁운영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뒤늦게 김여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운영자금을 투입해 직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빌딩 소유주가 언젠가 바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연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존의 홀을 살아있는 무대로 만드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간 공연장들이 '개점휴업'상태를 벗어나게끔 지자체나 서울시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팔 걷고 나설 때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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